美연준, 이달 ‘베이비 스텝’ 유력…한미 금리차 2%포인트 눈앞

이강진 2023. 7. 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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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 “中 경제 회복 더뎌
韓 하반기 성장 불확실성 커져”
물가도 다시 3%대 상승 가능성
美 연준, 이달 ‘베이비 스텝’ 유력
외화 유출·원화 가치하락 우려도
금통위, 추가 인상 가능성 열어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현 기준금리(3.50%)를 또다시 동결했다. 4회 연속 동결 결정이다. 여전히 한은의 목표 수준보다 높은 물가 추이와 동시에 경기 위축 우려 등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4연속 금리 동결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미 상단 기준)를 유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예상대로 정책금리(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차는 2.00%포인트까지 벌어져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금통위 회의 주재하는 이창용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경기 위축 등을 우려해 현 기준금리(3.50%)를 또다시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금통위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통방회의)를 열고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수의견 없이 금융통화위원 전원 일치로 동결 결정이 이뤄졌다.

금통위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에는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국의 통화정책, 가계부채 흐름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4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는 아직 불안한 경기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초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1.6→1.4%) 낮춰 잡았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던 데다 하반기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한은은 하반기 경기가 반등하는 ‘상저하고’ 흐름을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제약되면서 반등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는 수출 부진 완화 등으로 성장세가 당초 예상을 소폭 상회하겠지만, 하반기는 중국의 더딘 회복 등으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로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섰으나, 다음달 이후에는 다시 올라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이는 점도 금통위가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 배경 중 하나다. 이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동결로 한·미 금리차가 2.00%포인트를 눈앞에 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연준은 오는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한은은 환율이 한·미 금리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기계적으로 대응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금리차를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금리차가 벌어지면 환율이 절하된다’는 공식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 금리차 확대가 실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동시에 혹시 모를 금융 불안정성 등을 고려해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실 한·미 금리차보다는 펀더멘털 혹은 경제 기초 체력이 어떤지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1.75%포인트 금리 격차도 사상 최고치였는데, 사실 외환시장에서 별일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금리 차이가 이렇게 유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당장 위기가 발생한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금융시장 사정에 따라서 상당히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4연속 금리 동결로 시장의 이목은 금리 인하 시점으로 쏠리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물가 목표에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금리 수준과 관련해선 금통위원 6명 모두 3.75%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 교수는 “근원 물가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가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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