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함께 나눈 '현미삼', 그만큼 더 단단해져서 돌아왔다
배구 팬들은 이다현(22), 김다인(24), 정지윤(22)을 '현미삼'이라 부른다. 현대건설의 미래를 이끌 3인방이라는 뜻이다.
이들 3명은 대표팀에서도 주축 선수로 꼽힌다. 2020 도쿄올림픽 이후 태극 마크를 반납한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베테랑들의 뒤를 이을 세대교체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감행한 대표팀은 극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기둥이었던 선배들의 은퇴 후 나선 국제 대회에서 1승 28패로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 전패의 수모를 당했고, 승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연패 끝에 가까스로 크로아티아에 거둔 1승이 유일하다.
대표팀 선수들 모두 국내에서는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세계 배구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 진행된 세대교체였던 만큼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VNL에서 12전 전패를 당한 대표팀은 지난 2일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소집 해제됐다.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해 새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했다. 이다현, 김다인, 정지윤은 대회 종료 후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 뒤 지난 10일부터 경상남도 고성군 일대에서 열린 현대건설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대회 성적은 아쉬웠지만 세 선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소속팀으로 돌아왔다. 국내 리그에서 하던 경기력으로 국제 대회에서 경쟁하기엔 부족하다는 걸 느꼈고, 세계 배구의 흐름에 발맞춰 기술적인 부분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럽과 남미 등 선수들에 비해 신체적인 조건은 열세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술적인 부분에도 뒤처지는 분위기다. 이다현은 "예전에는 폴란드 등 강팀을 만났을 때 키만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적으로 밀려서 진다는 느낌이었다"면서 "최근에는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도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을 둬야 되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정지윤은 "국내 리그보다 국제 대회에서 만난 상대의 블로킹이 더 높다"면서 "높은 블로킹에서 점수를 내려면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다인은 "국제 대회에서는 다른 팀들에게 높이에서 밀리는 만큼 기술적인 부분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면서 "우리도 우리만의 색깔이 있어야 맞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몸에 좋은 약이 쓴 법이라는 말처럼 성장한 부분도 분명 있었다. 김다인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뤄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면서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더 노력하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이다현은 경험이 쌓인 만큼 한층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그는 "성장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지난해보단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면서 "분석한 것들을 경기 때 계속 생각하면서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은 "국내에서 하던 것처럼 플레이해서는 절대 점수를 낼 수 없더라"면서 "이대로는 국제 대회에서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양한 걸 시도해서 점수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들은 지난 2022-2023시즌 소속팀에서도 아쉬운 성적을 냈다. 개막 후 15연승을 이끌며 무서운 상승세로 우승을 향해 나아갔지만 시즌 막바지에 발생한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 악재를 이겨내지 못했다. 정규 리그를 2위로 마친 뒤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에 나섰지만 한국도로공사에 발목을 잡혀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그만큼 새 시즌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이 보였다. 이다현은 "지난해 플레이오프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첫 플레이오프였는데 아쉬운 결과가 나와서 책임감이 컸다"면서 "이런 상황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 준비를 착실히 하려고 한다. 모든 변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김다인은 "선수들과 마지막에는 웃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면서 "일단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고, 마지막에 웃는 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지윤은 "그동안 끌려다닌 경기를 했던 것 같다. 도와주는 역할만 하고 스스로 팀을 이끌지 못했다"면서 "새 시즌에는 더 당당하게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 선수는 최근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성장통을 딛고 한층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의 바람처럼 새 시즌을 웃는 얼굴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고성=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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