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스파탐을 바라보는 시선들
지난달 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가 발단이 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IARC는 14일(현지시각) 아스파탐을 처음으로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2B군) 물질로 분류한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200배 달지만 열량은 낮아 제로 슈거 음료와 과자 등에 주로 쓰이는 대체 감미료다. 미국 화학자 제임스 슐레터가 1965년 위궤양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우연히 발명했다.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개발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특별한 부작용이 확인된 경우는 없었다.
식품 위해 평가를 총괄하는 유엔 합동 식품 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는 1975년 처음으로 아스파탐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진행했다. 1976~1979년 독성정보 자료가 불충분해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설정하지 못하다가 1980년 체중 1㎏당 아스파탐 40㎎ 정도를 매일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체중이 35㎏인 어린이의 경우 다이어트 콜라 1캔(250㎖·아스파탐 약 43㎎ 기준)을 하루에 33캔 이상 매일 마셔야 ADI를 초과하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1985년 식품첨가물로 지정했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스파탐을 정해진 기준 이하로만 섭취하면 안전한 물질로 인정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지난 30여년 동안 탄산음료와 껌, 과자 등 수천 가지의 제품들에 설탕의 합성 대체물로 사용돼 왔다.
아스파탐에 관한 연구는 수십년 동안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1997년 라마지니재단은 처음으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4년 같은 팀에서 다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아스파탐에 노출된 실험동물의 92%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됐다.
2012년 하버드대학교는 대규모 코호트 실험을 진행한 결과 남자들의 경우 제로 음료를 하루에 1개 이상씩 마시면 비호지킨림프종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현저하게 높아지고 다발성 골수종의 위험도 역시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아스파탐이 발암 위험을 더 높인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고 방법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번에 IARC가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 물질 분류 지정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해 3월 프랑스의 연구팀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성인 10만여명의 식단, 생활방식, 건강 정보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대체 감미료 소비량과 암 검진 정보를 비교 분석한 결과 평소 많은 양의 아스파탐을 섭취한 참가자가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암 발병 위험이 1.15배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IARC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 위해성 자료 등을 토대로 전문가 자문을 거치고 다른 나라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아스파탐은 막걸리를 비롯해 제로 슈거·유산균 등 음료, 과자, 빵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아스파탐은 분해되면서 생성된 페닐알라닌이 페닐케톤뇨증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현행법상 아스파탐 함유 제품에 '페닌알라닌 함유'라고 표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제품에 아스파탐이 얼마나 함유되었는지는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고 있던 제품에 발암성 논란이 있는 물질이 함유되었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이기도 하다.
조승예 기자 csysy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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