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마약 카르텔 겨냥한 군사행동 안된다

여론독자부 2023. 7.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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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공화 주자들 '전쟁' 천명했지만
멕시코정부 자극해 문제 꼬일뿐
군사력 이용 발상은 망상에 불과
무분별 협박 현실화땐 혼란 우려
[서울경제]

공화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선 유력 주자들이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상대로 사실상 전쟁을 선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군사력을 투입해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전쟁을 벌이고 해군을 동원한 철저한 해상봉쇄로 선박을 이용한 마약 밀반입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팀 스콧 의원 역시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이용해 마약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들은 이 같은 군사 조치를 강력히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마약 문제는 화급을 다투는 중대 사안이다. 최신 자료인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아편 성분을 합성한 오피오이드계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같은 해 미국에서만 7만여 명이 사망했다. 이들 중 가장 많이 팔리는 펜타닐은 헤로인과 유사하지만 그보다 약효가 훨씬 강하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마약은 대부분 멕시코 카르텔에 의해 제조된다. 그러나 군사력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발상은 망상에 불과하다.

군사력 사용은 멕시코에 대한 전쟁 행위다. 멕시코 정부는 군사력에 의존하는 미국의 마약 문제 해법에 분명하고도 완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런 와중에 미국 정치인들이 마약 카르텔 분쇄를 위한 무력 사용을 천명하는 것은 멕시코 정부를 자극해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 뿐이다. 포퓰리스트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들의 발언을 반미 민족주의 정서를 부추기는 연료로 사용할 것이다.

군사력 사용은 해법이 아니다. 스콧 의원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던 20년 동안 현지의 마약 거래를 중단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뒀을까. 멕시코의 상황은 아프가니스탄과 비교조차 하기 힘들 만큼 심각하다.

카르텔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행동은 현지는 물론 미국까지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개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든 것을 목격한 바 있다. 단언하건대 멕시코에 군사력을 사용할 경우 수백만 명의 난민이 미국 국경으로 쇄도할 것이다. 멕시코 남부를 대상으로 공습을 감행한다면 얼마나 많은 난민들이 밀려들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처럼 혼란한 상황을 틈타 무장한 마약 조직원들과 현지의 조직폭력배들이 뿔뿔이 흩어져 난민 대열에 합세하거나 소그룹으로 나뉘어 밀입국을 시도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쟁은 멕시코가 아닌 미국에서 벌어진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50주년이 되던 해인 2년 전, 어떤 잣대를 적용하느냐와 상관없이 그의 노력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는 몇몇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약 단속에 무려 1조 달러의 경비를 지출했음에도 마약 과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극적으로 늘어났고 전국의 교도시설은 마약사범들로 가득 찼다. 미국 인구는 세계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수감자 수는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마약과의 전쟁을 얘기할 때 우리는 그것이 라틴아메리카에 미칠 영향을 간과한다.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중남미 국가 군부세력의 힘을 키운 반면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고 법에 의한 지배 원칙을 훼손했다. 그 결과 라틴아메리카 사회 전체가 부패에 감염됐고 그중에서도 정부 조직과 카르텔 세력이 깊숙이 얽힌 멕시코가 감염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지목됐다.

미국의 펜타닐 참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국내 의사들은 마약 성분의 진통제를 너무 자주 처방한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수술을 받고 회복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의 환자들은 스웨덴 환자들에 비해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을 가능성이 7배나 높다. 반면 약물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나치게 적을 뿐 아니라 예산은 만성적으로 부족하다. 금단현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약품은 탁월한 효력이 입증됐지만 워낙 가격이 비싸 이를 필요로 하는 미국인 환자 네 명 가운데 한 명만이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현실적인 다른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전쟁을 벌이자고 목청을 높이는 편이 쉽다. 이것이 단지 선거전에 국한된 광증이기를 바란다. 만약 무분별한 협박을 현실로 만들려 든다면 수십 년간 혼란을 자초할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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