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채팅 강화하는 네카오… 아동·청소년 성범죄 보호 조치 확대해야
“불법 웹툰처럼 필터링 강화하고 조치해야”
A씨는 여자 초등학생 1명과 성관계를 맺고, 10명의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지난달 검찰로부터 구속 기소됐다. A씨는 오픈채팅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이른바 ‘온라인 그루밍’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온라인 그루밍이란 채팅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고 피해자를 길들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사 앱에 MZ세대(1981년생~2012년생)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오픈채팅 기능을 강화하는 가운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온라인 그루밍에 아동·청소년들이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픈채팅은 같은 관심사를 지닌 사람끼리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전화번호나 아이디 등 친구 추가 절차 없이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기존에 제공하던 연예·스포츠·여행 등 대화형 서비스를 한데 모아 ‘네이버톡’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다.
네이버톡은 관심사에 맞춰 다양한 오픈톡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소규모 동아리 활동이나 특정 목적의 집단,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들과의 대화에 최적화됐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스포츠 경기를 함께 보며 채팅할 수 있고, 가고 싶은 여행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오픈톡 방당 최대 1000명까지 참여할 수 있고, 참여자의 연령대도 설정할 수 있다.
카카오 역시 지난달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세 번째 탭에 별도 신설했다. 오픈채팅 강화를 통해 관심사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지금 뜨는 탭, 키워드탭 등으로 최신 트렌드와 인기 있는 관심사를 노출하고 이용자를 유입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하지만 오픈채팅의 역기능도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된 아동·청소년들의 경우 신고를 꺼려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청소년 10명 중 2명가량은 온라인 그루밍의 통로로 지목되는 오픈 채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픈채팅을 해본 청소년 중 75.4%는 ‘낯선 타인으로부터 개인톡을 받아본 적 있다’고 응답했으며 또 이런 제안을 받은 청소년 중, 중학교 1학년 여자청소년의 53.3%, 중학교 2학년 여자 청소년의 56.3%는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온라인을 통해 만난 낯선 이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준 경우도 많았다. 나이를 알려준 경험은 56.2%, 이름을 알려준 경우는 37.8%, 사는 지역이나 생년월일을 알려준 경우는 4명 중 1명꼴이다.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는 응답자 비중은 17.1%였다.
오픈채팅을 통한 성범죄는 물론 ‘극단적 선택’을 공모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톡과 카카오톡 오픈채팅의 경우 사용자들에게 이러한 경고가 부족한 상황이다.
네이버톡은 앱 하단 별도 공지사항 게시글을 통해 ‘아동 또는 청소년을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적어놨고, 카카오톡 오픈채팅은 채팅방 입장시 불법촬영물 게재 제한 조치에 대한 안내만 하고 있다.
이와 달리 당근마켓의 경우 중고거래 시 위험성을 고지하고 채팅창 등에서 관련 내용을 고지해 사용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송봉규 한세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정부나 수사기관보다 오픈채팅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아동청소년 성범죄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치가 많다”면서 “오픈채팅에서 사용자가 문제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문구를 삽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별 다른 인지없이 외부 링크 등을 통해 채팅방에 유입되는 경우도 많아 필터링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수익과 연결되는 불법 웹툰과 관련해선 필터링 등을 매우 신경 쓰고 있다”면서 “오픈채팅의 경우도 두 회사가 내세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관점에서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재단이나 기구를 만들어 정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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