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 모은 자사주 7000억... 셀트리온 3사, 소각 않고 합병에 쓸 듯
셀트리온그룹이 합병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하고 3사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부터 셀트리온그룹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합병을 위한 초석 다지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자사주 매입 시기를 고려하면, 이르면 4분기에는 합병이 가능할 전망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자사주를 빠르게 매입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6일 공시한 234억2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당시 취득예정 주식은 보통주 38만주였다. 올해 세 번째 자사주 매입 공시로, 총 734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마무리했다. 자사주는 총 445만여주(2.71%)로 늘어났다.
12일에는 셀트리온이 지난 5일 공시한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네 번째 자사주 매입 공시로, 모두 합하면 20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매입으로 자사주는 총 381만여주, 2.60%로 증가했다.
두 회사는 자기주식 매입 목적으로 주가 안정 도모, 주주가치 제고 등을 내세웠다. 상장사가 내부 자금으로 자기주식을 사들이면, 유통주식 수가 줄어 지분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회사 보유 지분이 늘어나면서 경영권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소각 계획은 뒤따르지 않았다. 자사주 활용 가능성을 남긴 셈이다.
이에 3사 합병 과정에서 자사주가 이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는데, 다른 주주한테 넘기면 다시 의결권이 살아난다. 자금력이 풍부하고, 합병을 찬성하는 측에 자사주를 넘기면 든든한 우호 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자사주는 취득 후 6개월 이내 처분할 수 없어 당장 지분매각은 어렵다.
교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지분매각과 같이 교환사채는 발행일을 주식 처분일로 간주하기에 6개월 이내 물량은 배제된다. 만약 4분기 합병으로 가정하면, 올해 3월까지 취득한 자사주 대상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하거나 지분매각이 가능한 셈이다. 3월 초 기준 셀트리온 자사주는 281만여주(지분율 2.00%), 셀트리온헬스케어 자사주는 357만여주(2.30%)다. 13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4391억8500만원, 2373억6000만원 규모다.
자사주 담보 대출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 자사주 담보 대출은 취득 시기와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보유한 현금은 37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현금만으로는 합병을 진행하는 게 어렵다”며 “합병 과정 때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면 주주들이 대량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에는 다른 재무적투자자(FI)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사 합병으로 고려되는 방식 중 하나는 자산규모가 큰 셀트리온을 존속회사로 두고,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다. 합병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발행주식의 3분의 1, 총회 출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특별결의를 실행해야 한다.
이때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셀트리온그룹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일정 가격으로 매입해달라고 청구하는 상법상 보장된 권리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들이 많아지면, 합병에 필요한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 비율은 셀트리온헬스케어 56%다. 셀트리온은 67.4%, 셀트리온제약도 46%에 달한다.
3사 합병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반대 논리는 이렇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이 공급받아 판매하는 구조다. 3사가 합병되면, 바이오시밀러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사라져 전체 실적이 줄어들 수 있다.
한편 지난 3월 서정진 회장은 복귀 후 가진 첫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합병을 원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안정된다는 전제하에 3사 합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7월쯤 금감원이 감리 중인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마지막 보고서를 제출하고 나면, 행정적 절차는 끝난다고도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자사주 취득 완료 후 1개월 이후에는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정할 수 있기에, 이번 자사주 취득이 마지막이라면 4분기에는 합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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