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독촉에 엄마를 '보험살인'…역정 내던 패륜아의 최후[사건의 재구성]

청각 장애 엄마 사망보험금 1억원 노려 범행
흉기에 묻은 혈흔 씻어내 범행 은폐 시도…징역 27년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자다가 숨막힘' '호흡곤란 사망보험'

2021년 7월14일 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30대 남성 A씨가 인터넷에 검색한 목록이다. 고심 끝에 그는 다음날 오전 모친 B씨(50대)를 흉기로 살해했다.

A씨는 이후 112·119에 신고했지만 B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다.

이 범행은 평소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A씨가 사망보험금을 타기 위해 모친을 직접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각 장애에 지적 장애까지 앓고 있던 B씨는 A씨의 친형과 함께 살아왔다. 그러다 2019년 친형이 돌연 숨지면서 A씨의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즈음 A씨는 경제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직장을 그만둔 후 주식 손실까지 보면서 지인들한테 빌린 돈도 제대로 갚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에게 억대의 빚이 쌓여 있었다.

동거 과정에서 고부 갈등도 있었다. B씨는 A씨의 아내 C씨와 용돈, 반려견 문제로 자주 싸웠고 서로 밀치고 때릴 정도로 사이가 나빴다.

결국 각종 채무 독촉장까지 날아오자 그는 돌이키지 못할 선택을 결심했다. 2021년 6월 매달 보험료 40여만원만 내면 모친 사망 시 1억원을 수령하는 보험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한달 뒤 보험회사에서 심사가 정상적으로 완료됐다는 문자를 받고, 인터넷에 '숨막혀 사망' '사망보험' 등을 검색했다. B씨의 죽음을 사고사로 위장해 살해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 다음날 A씨는 둔기로 B씨를 때리고 흉기로 찔렀다. 범행 직후 그는 흉기에 묻어 있던 B씨의 혈흔을 씻어내 현장 증거를 은폐한 뒤에야 112에 신고했다.

사망 12일 후 A씨는 보험회사를 찾아 보험금 지급 여부를 문의했는데, 결국 보험살인으로 수사기관에 덜미가 잡혔다.

A씨는 재판에서 "흉기를 들고 있던 모친을 말리기 위해 실랑이하던 중 모친이 넘어지면서 흉기가 찔린 것"이라면서 "인터넷 검색은 사는 게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으로 한 것"이라고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존속살해 혐의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에서 피해자 상처가 타살로 인해 발생했다는 국과수의 소견이 있었다"며 "피고인은 사망보험을 계약할 때 기존 보험금도 납부하지 못한 상태였고, 아내와 함께 증거를 인멸하고 범행을 은폐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보험 가입이 승인된 직후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했고, 영문도 모른 채 아들에게 생을 마감한 피해자가 느꼈을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항소심에 들어서야 자신이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다만 B씨가 아내 방으로 들어가려던 것을 저지하다 살해했다며 끝까지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계획 범행임을 인정하면서도 A씨가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 27년으로 감형 선고했다.

A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상고를 취하해 징역 27년이 확정됐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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