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달라" 20대 내연녀, 잔혹 살해한 군인…'징역 6년' 논란

이종재 기자 2023. 7. 1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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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2010년 7월14일 강원 춘천에서 내연관계에 있던 문모씨(당시 22세)를 잔혹하게 살해한 부사관 A씨가 1심인 2군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수개월간의 항소심 재판을 거친 A씨는 고등군사법원에서는 1심보다 낮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춘천의 한 군인아파트 주차장에서 세워진 승용차에서 ‘다시 만나달라’고 요구하는 문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격분해 흉기로 찔러 살인한 범행을 저질렀다.

<뉴스1>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2008년 8월1일 A씨는 군대 부사관 동기인 B씨와 함께 춘천역 부근 사창가에 갔다가 문씨를 알게 됐다. 당시 B씨가 먼저 문씨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됐고, 이들은 이후에도 서로 연락을 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와 문씨가 만났을 때 함께 자리를 하게 됐다. 이때부터 A씨와 문씨는 자주 연락을 주고 받다가 같은해 10월부터 본격적인 내연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수개월간 은밀한 만남을 이어갔다.

그 무렵 문씨는 춘천에 있는 A씨의 집에서 6일 가량을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한달뒤쯤 문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A씨의 부모가 전화를 받았고, 이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알려지게 됐다.

이후 문씨는 A씨의 집에 찾아와 문을 발로 차고 주차된 승용차 앞 유리창을 벽돌로 깨뜨리는 등 소란을 피웠다. 전화와 문자로 A씨의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두 사람은 2008년 12월쯤 헤어졌고, 1년간 서로 만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씨는 2010년 1월 무작정 A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문씨는 “내가 낳은 아이가 있는데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A씨에게 따져 물었다.

그 후에도 문씨는 계속해서 A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같은해 2월 A씨는 자신의 아내로부터 집 앞에 문씨가 다시 찾아왔다는 연락을 받고 집으로 달려갔다. 집 앞에서 A씨는 문씨와 만나 ‘친부가 누군인지’, ‘누가 아이를 키울지’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한 채 다투게 됐다.

한참을 다투던 이들은 인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문씨는 주차장에 주차된 A씨의 승용차 조수석에 탔다.

A씨는 문씨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 그러나 문씨는 내리지 않았고, A씨는 자신의 아내에게 집 앞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집으로 올라갔다. A씨는 이때 집에서 흉기를 발견하고 가지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실랑이를 이어가던 중 문씨는 승용차 앞 유리창을 발로 차서 깨트리는 등 또다시 소란을 피웠다. 참다 못한 A씨는 문씨에게 가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주먹으로 얼굴을 3차례 때리는 등 폭행했다.

그런데도 문씨는 차량에서 내리지 않았고, 이에 격분한 A씨는 문씨의 얼굴과 목, 어깨 등을 흉기로 18회 찔러 잔혹하게 살해했다.

사건 직후 A씨는 “사람을 죽인 것 같다”고 112에 신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 News1 DB

A씨는 2010년 7월14일 2군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살인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의 “피해자가 피고인과 교제했던 사이인 점, 살해방법이 비교적 잔혹한 점,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점, 유가족과 합의가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보다 중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면서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외에 전과가 없는 초범인 점, 살인에 이르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이를 유발한 측면이 있는 점, 피고인이 자수를 했고 자신의 범행을 깊이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검찰관은 ‘원심의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피고인은 ‘형량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각각 항소했다.

사건을 살핀 고등군사법원은 “피고인은 자신과 내연관계에 있던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점,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어린 딸이 있었고, 이 사건으로 앞으로 엄마를 볼 수 없게 된 점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초범이고, 피고인이 내연관계를 종료한 후 피해자가 집요하게 관계복구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가족에 대한 전화 등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점,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범행 후 현장에서 자수한 점, 선처를 희망하는 부대 동료들의 탄원서가 제출된 점, 당심에 이르러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원심보다 낮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시간이 꽤 지난 사건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본인 스스로가 가정을 파탄내고 살인까지 저질러 엄벌에 처해져야 함에도 불구 군 간부라는 신분, 군사법원의 폐쇄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민간 법원에 비해 낮은 형량이 선고된 케이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사법원은 그 특수성상 민간 법원에 비해 외부 관심이 낮아 형량과 판결이 비교적 피의자에게 너그러운 편”이라고 덧붙였다.

leej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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