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당 망한다" 경고에도…野 '불체포특권 포기' 사실상 무산

[the300]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은경혁신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7.12.

더불어민주당이 혁신위원회가 요구했던 1호 쇄신안인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안' 수용 여부에 대해 13일 결론내지 못했다.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용하지 않으면 '당이 망한다'고 압박했음에도 망설이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의총)를 열고 혁신위가 요구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및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 채택'의 수용 여부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내년 총선은 확장성의 싸움이고 그러기 위해선 민주당다운 윤리 정당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며 "이는(불체포특권 포기는)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

그러나 토론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민주당은 이날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여러 제안과 의견이 있었다"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밀도 있는 논의를 계속해 나가며 다음 의총을 포함 우선순위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약 1시간의 자유토론 시간 동안 20명 정도의 의원들이 마이크를 잡았고 대부분 불체포특권을 주제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의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일부가 반대 혹은 신중한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의원들 다수가 윤리성이나 국민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자는 데 찬성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불체포 특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데 국회의원들이 결의한다고 의미가 있겠냐는 식의 반대 입장을 밝힌 의원들도 꽤 있었다"고 했다.

김은경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1호 쇄신안으로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국회로 넘어올 체포동의안에 당론으로 가결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에도 당 지도부가 별 다른 반응이 없자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은경 위원장은 "(불체포특권 포기 등 혁신안을) 안 받으면 민주당은 망한다"며 혁신안 수용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혁신위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혁신위는 "민주당의 혁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오늘 의총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및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 채택이) 통과 안 된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혁신위원회의 제안은 변함이 없다"며 "하루빨리 재논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