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도 당했다"…미즈호·CDPQ 등 '불법 공매도' 무더기 적발

주식 빌리지 않고 선매도 하는 '무차입 공매도' 혐의
회사측 "고의 없었다, 착오였다"…과징금 찔끔

(금융위원회 제공)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JP모건과 미즈호증권을 비롯해 다수 외국계 증권사의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 징계를 받았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5월17일 제10차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미즈호증권 아시아(Mizuho Securities Asia)에 공매도 제한 위반 혐의로 과징금 7억3370만원을 부과하는 조치안을 의결했다.

미즈호증권은 2021년 6월10일 소유하지 않은 SK 보통주 1만1197주(31억7000만원)를 매도주문했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대해 없는 주식을 빌려 미리 매도한 뒤 이후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면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 되갚음으로써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주가 하락폭이 클 수록 수익폭이 커지지만,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손실폭도 무제한으로 커진다.

우리나라는 먼저 주식읕 빌리고 이후 매도하는 '차입공매도'만을 허용하고 있다. 빌리지도 않고 선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주가 하락 예상시점에 주식를 차입하지 않고 일단 매도 주문을 내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부 결산 주기인 T+2일(거래 시점으로부터 2거래일)안으로만 주식을 빌려 채워놓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무차입 불법 공매도로, 엄연히 불법이다.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된 외국계 증권사들도 동일한 형태가 확인됐다.

미즈호증권은 SK(034730) 주식에 대한 차입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매도주문을 제출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빌린줄 알았다"고 변명했다. 즉 착오였다는 것이다.

미즈호증권 측은 해당 징계가 있던 제 10차 증선위에서 재발방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회사측은 "공매도 제한규정을 위반했음을 겸허히 인정하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며 "미즈호는 본 사안을 인지한 직후인 2021년 6월22일부터 공매도를 전면중단했으며, 본 건에서 문제가 된 차입장부상 포지션 조정기능(오버라이드 기능)을 제거해 차입잔고에 주식이 실질적으로 반영이 된 경우가 아니면 공매도 주문이 나가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고 진술했다.

JP모건도 소유하지 않은 에스에너지(095910) 786주(373만원)를 매도주문해 761주(362만원)가 체결된 사실이 드러났다. 금액은 적지만 엄연한 불법 무차입공매도다. JP모건은 과징금 110만원을 부과받았다.

동학개미가 사랑한 에코프로(086520)를 불법 공매도한 사실도 적발됐다.

캐나다 퀘백주 연기금(CDPQ·Caisse De Dépôt Et Placement Du Québec)은 2021년 8월17일 소유하지 않은 에코프로비엠 929주(2억8000만원)를 매도주문해 439주(1억3000만원)가 체결된 사실이 있다. 이 사실로 648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AUM인베스트(AUM Invest)은 2021년 8월4일 소유하지 않은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 250주(2405만원)를 매도주문했다. 이 회사는 48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국내 자산운용사인 문채이스자산운용과 샘자산운용, 외국 금융투자업자인 레이라이언트 인베스트먼트 리서치(Rayliant Investment Research)도 각각 2760만원, 110만원, 83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문채이스자산운용은 2021년 5월25일 소유하지 않은 선익시스템(171090) 4000주(9200만원)에 대한 매도주문을 제출한 사실이 있고, 샘자산운용은 2021년 4월14일 소유하지 않은 한국주강(025890) 2500주(550만원)에 대한 매도주문을 제출한 바 있다.

레이라이언트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2021년 4월7일 소유하지 않은 알테오젠(196170) 579주(5040만원)에 대한 매도주문을 제출해 356주(3100만원)이 체결된 바 있다.

이들은 각각 '펀드 착오', '날짜·잔고 착오', '시스템 오류' 등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증선위는 지난 3월8일 열린 회의에서 자본시장법 상 공매도 규제 위반에 대해 UBS AG, ESK자산운용에 각각 21억8000만원, 38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2021년 4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이후 첫 과징금을 부과한 사실이 있다.

이후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공매도 규제 위반 행위 관련 조사를 펼쳤고, AUM인베스트 등 다양한 금융투자사들이 불법 공매도를 자행한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고 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