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피트 규정, 매번 논란… 이대로 괜찮은가[초점]

[광주=스포츠한국 김영건 기자] 스리피트 규정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어떨 때는 완벽히 1루 라인 안으로 뛰어도 수비 방해가 아니지만, 또 어떨 때는 한 걸음이 잠시 1루 안쪽으로 향해도 수비 방해다. 매번 규정이 적용될 때마다 논쟁이 오가고 있다.

수비 방해가 선언되지 않은 호세 피렐라의 주루. ⓒKBSNSPORTS 중계화면 캡처

13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팀 간 7차전이 진행됐다.

이날 문제의 장면은 0-0으로 맞선 3회초에 나왔다. 2사 1루에서 KIA 좌완 선발투수 양현종은 삼성 호세 피렐라를 투수 방면 땅볼로 유도했다. 이닝이 그대로 끝나는가 했던 상황. 하지만 양현종이 1루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송구 실책을 범했다. 이에 양현종은 피렐라가 스리피트 라인 안쪽으로 깊게 뛰었다고 주장했다. KIA 벤치는 곧바로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화면으로 보기에도 피렐라는 1루 라인 안쪽으로 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종 판독 결과는 수비 방해가 선언되지 않고 그대로 투수 송구 실책으로 결정됐다. 심판진은 "타자주자가 안으로 뛰기는 했지만 투수의 송구가 벗어났기 때문에 처음부터 송구 실책으로 판단했다"고 판정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반대로 피렐라가 라인 안쪽에서 뛰었기 때문에 양현종이 1루수 오른쪽으로 더 던지려다 실책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피렐라가 공을 때린 순간부터 라인 안으로 계속 뛰었기 때문에 양현종이 수비 방해를 받았을 수 있다. 그렇다면 피렐라의 스리피트 위반이 먼저 선언되야 한다. 심판진도 피렐라가 스리피트 라인 안에서 뛴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피렐라의 수비 방해 이전에 투수 송구 실책을 우선 적용했다.

수비 방해가 선언된 신범수의 주루. ⓒSBSSPORTS 중계화면 캡처

오락가락 하는 스리피트 규정. 지난달 16일 KIA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선 룰이 다르게 적용됐다. 9-10으로 뒤진 5회말 무사 1,2루에서 타자주자 신범수가 번트를 댔고 1루 라인에 맞춰 뛰고 있었다. 이때 NC 투수 류진욱의 1루 송구가 신범수의 발을 맞고 튀었다. 스리피트 위반이 아닌 것으로 심판진도 간주했다. 하지만 NC 벤치가 스리피트 위반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라인을 따라 뛰던 신범수는 1루 베이스를 오른발로 밟기 위해 1루에 도달하기 직전에 왼발을 안쪽으로 잠시 뺐다. 앞선 사례인 피렐라와 비교하면 1루 안쪽으로 뛰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지만 심판진은 비디오판독 끝에 신범수의 스리피트 규정 위반으로 인한 수비 방해로 선언했다.

이렇듯 스리피트 규정은 적용할 때마다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도 스리피트 논쟁이 있었다. 1-2로 뒤진 7회말 무사 만루에서 타석을 맞은 키움 임지열이 3루수 방면 땅볼을 때렸고 홈에서 3루주자가 포스아웃으로 잡혔다. 이후 포수 양의지가 1루에 던진 공이 타자주자 임지열의 등에 맞고 나왔다.

이때도 임지열은 앞선 신범수와 비슷하게 오른발로 베이스를 밟기 위해 왼발을 잠시 1루 안쪽으로 디뎠다. 단 한 걸음이 안에 들어왔지만 심판진은 스리피트 위반을 지적하며 타자주자의 아웃을 선언했다.

현재 스리피트 규정의 최종 판정은 심판 재량으로 결정된다. 타자주자가 홈과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스리피트 라인을 어겨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했다고 '심판진이 판단'했다면 수비 방해로 아웃이다. 심판 재량에 상당 부분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수비 방해가 선언된 임지열의 주루. ⓒKBSNSPORTS 중계화면 캡처

스리피트 규정의 적용을 받은 키움 홍원기 감독도 규정의 부당함을 설명한 바 있다. 당시 홍 감독은 임지열의 스리피트 규정 위반에 대해 "1루 베이스를 마지막에 오른발로 밟게 되면 자연스럽게 왼발이 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플레이라고 본다"며 "물론 심판진도 공정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분명 아쉽다. 조금 더 명확하게 봤으면 정상적인 플레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타자주자는 룰에 맞게 베이스까지 전력 질주를 했다. 타격 후 정해진 길로 뛰어갔다. 아무리 규정이 있더라도 이건 정상적인 플레이에서 나온 행동이다"라며 "스리피트 규정을 지키려면 1루 베이스는 무조건 왼발로 밟아야 한다. 그러면 부상의 위험도 있다. 틀에 박힌 판정들이 아쉽다"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렇듯 매번 논란의 중심이 되는 스리피트 규정. 물론 심판진도 공평하게 적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현재까진 규정의 적용이 일관적이지 않다. 해당 규정에 대해 일관성있는 판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한국 김영건 기자 dudrjs7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