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피트 항의 감독 퇴장만 시즌 3번째… '유연한' 판정이 혼란 더 키운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고유라 기자] "이럴 거면 차라리 자동 아웃이 낫다". 올해 유독 스리피트 관련 논란이 많이 나오자 한 야구계 관계자가 꺼낸 말이다.
김종국 KIA 감독은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3회초 수비 중 비디오판독에 어필해 퇴장당했다. 3회초 2사 1루에서 피렐라가 땅볼을 친 뒤 파울라인 안쪽으로 뛰었는데 타구를 잡은 양현종이 1루에 악송구하면서 세이프가 됐다.
KIA가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으나 결과는 정상 플레이 판정 유지였다. 김 감독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격렬하게 항의했고 결과는 비디오판독 어필로 인한 퇴장이었다. 박종철 심판은 "타자주자가 페어지역으로 뛰긴 했지만 처음부터 투수가 송구미스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타자주자가 페어지역으로 뛰긴 했지만". 이 말은 2020년 스리피트 규정 위반 판정이 '자동 아웃'이 아닌 '심판 재량'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가장 와닿는 설명이다. KBO는 2019년 스리피트 라인을 침범해 안쪽으로 뛰면 자동 아웃시키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주자와 야수의 충돌 가능성 등 논란이 커지자 1년 만에 심판 재량으로 제도를 바꿨다.
올해는 각팀 스프링캠프마다 심판들이 돌아다니면서 스리피트 규정을 설명했는데 주자 상황과 수비 송구 위치 등을 고려해 한층 더 유연하게 룰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선수들이 파울라인 밖으로 뛰어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다가 부상이 나오지 않도록 정황을 더 자세히 보겠다는 의미.
그런데 '유연하게' 이 단어가 더 혼란을 가중시켰다. 올해 전반기 감독 퇴장 5번 중 3번이 스리피트 규정 관련이다. 김 감독은 지난달 16일 NC전에서도 퇴장당한 바 있는데 그때도 스리피트 규정 비디오판독 후 어필 때문이었다. 당시엔 KIA 신범수가 무사 1,2루에서 희생번트를 댄 뒤 1루로 뛰었는데 파울라인 안으로 들어오면서 NC 투수 류진욱의 송구에 맞았다.
당초 NC 실책으로 판정돼 KIA가 득점했지만 비디오판독 끝에 신범수의 스리피트 규정 위반으로 번복되면서 타자는 아웃되고 주자들은 원위치로 돌아갔다. 당시 류진욱이 공을 던질 때 넘어지면서 중심을 잃은 상황이었고 1루에 완벽한 송구가 아니었음에도 신범수가 방해했다고 본 것. 김 감독은 한 달 사이에 일어난 2번의 판정이 이해되지 않을 법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난달 23일 두산전에서 임지열이 애매한 스리피트 규정 위반으로 아웃되자 격하게 흥분했다. 임지열은 땅볼을 친 뒤 파울라인 밖으로 달리다가 마지막에 1루를 오른발로 밟게 되자 왼발이 라인 안쪽으로 살짝 들어왔다. 그래서 포수 양의지의 송구가 임지열의 등에 맞았다.
홍 감독은 "뛰다 보니 발 순서상 오른발로 베이스를 밟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 왼발이 자연스럽게 라인 안쪽으로 들어오게 된다"고 정황을 고려해달라 어필했지만 심판진은 단호하게 판정을 내리고 홍 감독을 비디오판독 후 항의로 퇴장시켰다. 홍 감독은 다음 경기를 앞두고 "스리피트 판정 번복을 공론화하고 싶다"며 다시 한 번 애매한 규칙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어떨 때는 라인 안쪽을 밟으면 무조건 아웃이다가 어떨 때는 라인 안쪽으로 뛰어도 세이프다. 심판들도 당연히 정황을 고려해 판정을 내리겠지만 '재량'이라는 말처럼 모두가 스스로 옳은 방향으로 가다 보니 현장에서는 어떤 심판의 어떤 사고방식을 따라야 할지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어떨 때는 심판의 판정을 뒤집고 나서 말 없는 비디오판독센터 판정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키운다. 심판들도 비디오판독센터 판정에 따를 뿐이니 감독들은 더 항의할 수도 없다.
어떻게 뛰어야 수비방해고 어떻게 뛰면 수비방해가 아닌지 정확한 규정이 없으니 출루에 집중하는 선수들은 매번 상황에 맞춰 플레이하기 어렵다. 규칙의 스포츠인 야구에서 '재량' '유연성'이라는 말들이 충분한 근거 없이 나오면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심판들도 재량 판정의 무게는 당연히 더 무겁다. KBO의 규정을 더욱 세밀한 손질할 필요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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