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에게 유일무이한 공간이 되기 위해 [책&생각]

한겨레 2023. 7. 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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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 장사를 하려면 다방면에서 유능해야 합니다.

그저 책이 좋아서, 책방이라는 공간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 답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스스로도 부족한 듯 느껴졌습니다.

우리 책방은 어느덧 어떤 이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독서 취향이 비슷한 책방지기와 가볍게 책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다음에 읽을 믿을 만한 책을 추천받기도 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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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우리 책방은요 │바다숲책방

바다숲책방 내부 모습.

요즘 책 장사를 하려면 다방면에서 유능해야 합니다. 저는 재주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책을 팔기 위해서,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끌어들이기 위해서, 한 푼의 관심이라도 받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하고 있거든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책과 관련된 재미난 기획을 생각해내어 불특정 독자분들이 책방에 오시도록 설득해야 해요. 나름의 미적 감각으로 눈길을 끌 만한 행사 포스터도 제작해야 하죠. 또한 편안하고 멋진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간 구성과 책 진열에도 꽤나 신경을 쓰고요. 책 판매 위주로 가게를 운영하려고 했지만, 책을 읽고 가고 싶은 이들도 음료가 없으니 머물다 가지 않는 공간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커피도 판매합니다. 워낙 이것저것 하고 있기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수시로 입간판에 설명을 붙이고 달마다 꾸준히 혹은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글쓰기모임과 독서모임, 북토크 행사에 대해 에스엔에스(SNS)에도 홍보해요. 결국 정리하자면 제 일은 ‘책을 팔기 위해 어떻게든 책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온갖 일들을 벌이는 직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바다숲책방 박상영 작가 초청 강연.

책방을 열기 전, 주변 사람들이 ‘왜 책방을 하고 싶은 거야?’, ‘어떤 책방을 열고 싶은 건데?’ 하고 물었을 때는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책이 좋아서, 책방이라는 공간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 답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스스로도 부족한 듯 느껴졌습니다. 좋다고 모두가 직접 만들거나 운영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미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충분히 즐겨도 되니까요.

바다숲책방 내부 모습.

그러다 무작정 책방을 열고 나서 책방이 너무나 고요해서 슬플 때, 그래서 어떻게든 사람들의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이 공간을 찾아와 준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에 책방을 열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해주었을 때, 책방을 열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책을 사람들과 연결해주고 그 사이에 제가 있길 바랐습니다. 책과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온갖 번거롭고 궂은일들을 하면서, 우리 책방을 사랑하는 손님들을 생각합니다.

바다숲책방 내부 모습.

우리 책방은 어느덧 어떤 이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우리 책방의 의미는 손님 각자가 이곳에서 겪는 유일무이한 경험에 의해 정의됩니다. 진지하게 책을 읽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독서모임의 공간이며, 즉석에서 글을 쓰고 아직 덜 완성된 글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소개하는 글쓰기모임의 공간, 평소에 잘 만날 수 없었던 작가의 이야기를 집중하여 들을 수 있는 공간, 복잡하고 바쁜 일상에서 잠깐 떨어져 나와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고요하게 책을 보며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독서 취향이 비슷한 책방지기와 가볍게 책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다음에 읽을 믿을 만한 책을 추천받기도 하는 공간.

바다숲책방 감정워크숍.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런 마법처럼 소중한 공간이 있기를 바랍니다. 가능하다면 바다숲책방이 당신에게 그런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동탄/글·사진 안해림 바다숲책방 대표

바다숲책방
경기도 화성시 동탄광역환승로 73 상가 207동 지하1층 38호
instagram.com/badasoop.books
바다숲책방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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