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함께 만드는 ‘겨레말큰사전’ 미리 만나요 [책&생각]

고명섭 2023. 7. 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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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미리 보는 겨레말작은사전〉을 펴냈다.

편찬사업회는 남북공동편찬회의가 다시 열리면 이 가제본으로 북쪽과 협의를 하고 꼼꼼히 보완‧수정 작업을 진행해 남과 북에서 <겨레말큰사전> 을 종이사전과 전자사전으로 정식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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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마지막으로 열린 〈겨레말큰사전〉 25차 공동편찬회의.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제공

미리 만나는 겨레말작은사전

편찬 책임 김강출 l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l 비매품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미리 보는 겨레말작은사전〉을 펴냈다. 지난해 ‘ㄱ부터 ㅁ까지’의 표제어를 실은 보급판을 낸 데 이어, 이번에 총 3053단어를 엄선해 ‘ㄱ부터 ㅎ까지’ 전체를 묶은 통합판으로 발간했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은 2005년 2월 남과 북의 국어학자들이 금강산에 모인 것이 계기가 돼 시작됐다. 남북 학자들은 “남북 분단으로 인해 날로 더해가는 남북 언어의 이질화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이념과 체제를 넘어 통일 국어 대사전을 함께 편찬하기로 뜻을 모으고 국어 대사전의 이름을 〈겨레말큰사전〉으로 정했다. 그 뒤로 2015년 12월까지 모두 25회의 남북공동편찬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26차 회의는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중에도 편찬 작업은 꾸준히 진행돼 편찬사업회는 그간의 성과를 모아 2021년 3월 〈겨레말큰사전〉 가제본을 제작했다. 가제본에는 30만7000여 개의 올림말이 수록돼 있다. 모두 1만7810쪽에 이를 만큼 분량이 방대하다. 편찬사업회는 남북공동편찬회의가 다시 열리면 이 가제본으로 북쪽과 협의를 하고 꼼꼼히 보완‧수정 작업을 진행해 남과 북에서 <겨레말큰사전>을 종이사전과 전자사전으로 정식 발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남녘 청소년과 일반 국민에게 남북언어문화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 노릇을 할 수 있도록 펴낸 것이 〈미리 만나는 겨레말작은사전〉이다. 〈겨레말큰사전〉의 압축판이라 할 사전이다.

〈겨레말작은사전〉은 〈큰사전〉이 어떤 모습을 갖출지 알려준다. 올림말은 편찬사업회에서 구축한 ‘남북한 말뭉치’를 활용해 출현 빈도가 높은 말로 골랐다. 특히 남녘과 북녘의 말이 다를 경우에 그 다름을 분명히 밝혔다. 예를 들어, 남에서는 ‘나방’과 ‘나비’를 구분하여 쓰지만 북에서는 ‘나방’과 ‘나비’를 모두 ‘나비’라고만 한다. 따라서 남녘말 ‘나방’을 따로 올림말로 수록한 뒤 “북에서는 ‘나비’와 ‘나방’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나비’라고 하여 ‘나방’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밝혀 놓았다.

또 남과 북이 함께 쓰는 말이라 하더라도 뜻과 쓰임에서 차이가 나는 말을 골라 올림말로 수록했다. ‘가구’의 경우를 예로 들면, 그 쓰임새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남에서는 주로 ‘옷장’, ‘책상’, ‘침대’처럼 목재로 짠 것을 ‘가구’라고 하는데 북에서는 ‘세탁기’, ‘텔레비죤’ 등의 가전제품도 ‘가구’라고 한다. 〈조선말대사전〉(2017)에는 ‘가전’이나 ‘가전제품’이 실려 있지 않다.”

남북의 말이 달라 각기 대응어가 있을 경우에는 대응어를 풀이에 밝혔다. 가령, ‘공민증’은 북에서 ‘나라의 공민임을 나타내는 증명서’를 뜻하는데, 이 ‘공민증’에 대응하는 남녘말이 ‘주민등록증’임을 밝혀놓았다. 남녘에서만 쓰는 ‘패스워드’라는 말에는 북녘말 ‘통과암호’를 대응어로 덧붙였다. 남녘의 ‘로그아웃’에 대응하는 북녘의 말이 ‘망 차단’임도 풀이에서 알 수 있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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