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수 없는 ‘작업’의 흔적…믿을 수 없는 베스트셀러 순위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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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우리나라 출판계에는 공식적인 베스트셀러 집계 기관이나 단체가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나 독일 슈피겔처럼 베스트셀러를 집계하고 발표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없다 보니, 베스트셀러 순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몇 년 전 장강명 작가와 임홍택 작가의 인세 누락 사태를 겪으면서 출판계에서는 투명한 도서판매유통 시스템과 공식적인 베스트셀러 집계 기관에 대한 재논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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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아쉽게도 우리나라 출판계에는 공식적인 베스트셀러 집계 기관이나 단체가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나 독일 슈피겔처럼 베스트셀러를 집계하고 발표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없다 보니, 베스트셀러 순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도서 판매 집계에 대한 불투명성은 출판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몇 년 전 장강명 작가와 임홍택 작가의 인세 누락 사태를 겪으면서 출판계에서는 투명한 도서판매유통 시스템과 공식적인 베스트셀러 집계 기관에 대한 재논의가 시작됐다. 마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도하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하 통전망)이 출범을 앞둔 상태였고, 출판계는 이제야 우리도 제대로 된 통합전산망을 갖게 된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현재 통전망은 참여당사자들의 견해차로 사실상 공전 중이다.
영화계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통해 모든 영화관의 입장권 발권 정보를 전산으로 집계해 발표하면서, 이제는 누구나 실시간으로 영화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구축 당시에도 지금 출판계가 겪고 있는 비슷한 문제들을 경험했다. 당시 극장 측은 민간기업의 경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내놓으라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고,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우려된다면서 참여를 거부했다. 논란 가운데 출범한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은 결과적으로 영화 시장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관객들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통해 비교적 투명하게 영화 순위를 확인할 수 있게 됐고, 각종 통계자료의 토대가 되면서 한국 영화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까지 했다.
영화계와 달리 출판계에는 실시간으로 도서 판매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식적인 전산시스템이 아직 없다. 그러다 보니 작가와 저작권자는 자신의 책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당연히 출판시장의 유통구조는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잊을 만하면 한번씩 판매 조작과 사재기 논란에 휩싸인다. 그나마 각 서점이 집계해서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순위는 있지만, 서점 집계 순위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출판계 종사자들뿐 아니라 이제는 독자들도 신뢰하지 않는다.
당장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서점이 발표한 이번 주 베스트셀러 순위만 보더라도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돌베개), <BEYOND THE STORY 비욘드 더 스토리>(빅히트뮤직), <꿀벌의 예언>(열린책들)의 경우는 세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공통으로 올라가 있지만, 어떤 책은 특정 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 최상위권 목록에 올라가 있지만 다른 서점의 순위표에서는 아예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출판계에서는 보통 이런 책들을 순위 조작의 가능성이 있는 책으로 의심한다. 뭔가 작업을 하는 책이라는 것을 딱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서점마다 독자층이 다르고, 특정 서점에서 집중적으로 팔리는 책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말 독자들로부터 인정받은 진정한 베스트셀러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모든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리하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이런 문제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방관하고 있을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시장의 불투명성이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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