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과연 ‘지나가 버린’ 일인가?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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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관한 글이나 기사는 이제 잘 읽히지 않는다.
'3년간 지긋지긋하게 겪어서 잘 안다. 이제는 더 알고 싶지 않다. 그냥 빨리 잊고 싶을 뿐.' 대부분의 사람에겐 코로나19는 '지나가 버린'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코로나19가 입힌 상처는 지나가지 않는다.
이들은 어떻게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더 아프고 고통받으며 죽어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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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재난이 차별을 만났을 때
김승섭·김사강·김새롬·김지환·김희진·변재원 지음 l 동아시아 l 2만원
코로나19에 관한 글이나 기사는 이제 잘 읽히지 않는다. 하물며 책이야. ‘3년간 지긋지긋하게 겪어서 잘 안다. 이제는 더 알고 싶지 않다. 그냥 빨리 잊고 싶을 뿐.’ 대부분의 사람에겐 코로나19는 ‘지나가 버린’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코로나19가 입힌 상처는 지나가지 않는다.
이주민, 장애인, 비정규직, 아동, 여성. 이들은 어떻게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더 아프고 고통받으며 죽어갔을까.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는 이 불평등과 차별의 구조를 기록하는 책이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으로 주목받은 김승섭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가 5명의 연구자와 함께 1년간 매주 모여 함께 연구하며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썼다. 논문이나 기사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37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아 더 밀도 있고 생생하다.
전염병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보호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었다. 이주민에게 전달된 메시지는 명료했다. ‘필요하니 여기 남아라. 하지만 알아서 살아남아라.’ 지자체에서 각 가정에 마스크를 나눠줄 때도 외국인 결혼 이주여성 몫은 빼고 줬다. 재난지원금도 주지 않았다.
가난하고 약한 노동자에게 위험한 작업을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는 팬데믹에도 여전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감염 위험이 더 높은 일을 해야 했고, 소득이 감소하거나 실직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확진자와 접촉할 경우 자가격리를 포함한 감염 관리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 했다. 그로 인한 건강 악화나 실업 역시 개별 노동자가 책임져야 했다. ‘아플 때 쉴 권리’는 이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방역의 최전선이었던 보건의료 인력, 돌봄노동자 중 다수는 여성이었다. 이들은 조직에서 관리자가 아닌 일선 실무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의견을 조직의 방역 대책에 반영하기 어려웠다. 이들은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전염병과 싸워야 했다. 보육시설과 학교가 문을 닫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부담은 여성의 몫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코호트 격리 속에서 방치돼 죽어간 장애인들, 배움과 놀이의 권리를 박탈당한 아동들. 한국 정부와 사회는 이들을 잊으려고 한다. 대신 코로나19 사망률과 치명률 모두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낮았다며 “성공적인 방역”이라 자평하고 서둘러 ‘미래’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런 미래를 정말 미래라고 할 수 있을까?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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