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피크닉

한겨레 2023. 7. 1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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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겁도 없이 혼자 여기까지 왔니

여자가 물었다

호수를 들여다보면

수면에 돌을 던지고 싶어져서

김밥을 가져왔어요

나는 대답한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밥알을 조금씩 뜯어

물속에 던진다

동생은 잘 있고?

부모님은 건강하시지?

파문이 넓게 퍼지고

수면이 흔들리는 동안

가라앉는데 왜 떠오르는 것 같은지

묻지 못하고

개미를 눌러 죽이며

고개를 숙인다

다음엔 시내에서 보자

여자가 말한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주머니 속의 편지를 펼쳐보고 싶어서

간지러워

간지러워

전력으로 페달을 밟는다

백은선의 시집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문학동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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