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이라는 지옥 순례, 현세의 업 털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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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코를 찌르는 듯하다.
일본 아오모리 오소레잔산의 유황 냄새 얘기다.
그 많은 아오모리의 여행지를 두고 왜 하필 지옥 같은 풍경의 오소레잔산이었을까.
아오모리 항구와 시가지, 핫코다산 등을 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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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우소리코호에선 ‘유황 냄새’
이승·저승 가르는 삼도천 다리도
지장보살 모시는 절집 ‘보다이지’
피의 연못 등 136개 지옥이 즐비
시내엔 네부타 전시 ‘와랏세’ 볼만
지금도 코를 찌르는 듯하다. 일본 아오모리 오소레잔산의 유황 냄새 얘기다. 그 많은 아오모리의 여행지를 두고 왜 하필 지옥 같은 풍경의 오소레잔산이었을까.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오소레잔산, 日 ‘3대 영지’로 꼽혀
아오모리현은 일본 혼슈의 최북단에 있다. 우리 땅끝마을의 ‘일본 버전’쯤 된다. 쓰가루 해협을 사이로 홋카이도 하코다테와 마주하고 있다. 바다 밑 100m쯤엔 약 54㎞ 길이의 세이칸 터널이 뚫려 홋카이도와 본토를 기차로 연결하고 있다.
오소레잔산은 그중에서도 최북단인 시모키타 반도의 중심에 있다. 크루즈 코스타 세레나호가 닿은 아오모리항에서 렌터카로 왕복 6시간이 넘는다. 기항지 투어의 목적지로 삼기엔 빠듯한 거리다. 그렇다고 고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혼슈 최북단까지 간 건 ‘드라이브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지 싶다. 주구장창 배에만 갇혀 지내다 보니 낯선 공간, 낯선 풍경, 먼 거리에 대한 열망 같은 것이 스멀스멀 생겨난 듯하다.
오소레잔산은 교토의 히에이산, 와카야마의 고야산과 더불어 일본의 ‘3대 영지’(靈地)로 꼽힌다. ‘영장’(靈場)이란 현지 표현에서 보듯, 귀기가 물씬 풍기고 어딘가 차고 무거운 기운이 서렸다. 물론 ‘부처를 모신 신성한 곳’이란 의미도 있지만 여기선 전자의 의미에 더 가깝다.
독특한 느낌은 입구부터 여행자를 휘감는다. 눈앞에 꽤 넓은 우소리코호가 펼쳐져 있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는 칼데라호다. 그런데도 이 일대에 조성된 지옥 순례길에선 극락으로 표현된다. 우소리코호 배수구엔 삼도천 다리가 있다. 홍예교 형태의 붉은 다리다.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경계인데, 현재는 통행금지다. 다리 앞의 석상은 다쓰에바와 겐네오우다. 다쓰에바가 죽은 자의 옷을 벗기면, 겐네오우가 이를 버드나무 가지에 걸어 생전 악업의 많고 적음을 판단한단다.
●‘보다이지’ 옆 3㎞ 참배 코스 걸을 만
이 일대를 관장하는 절집은 보다이지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한다는, 지장보살을 모시는 절집이다. 사찰 옆으로 3㎞ 정도의 참배 코스가 조성돼 있다. 이른바 지고쿠다니다. ‘피의 연못 지옥’(지노이케지코쿠), 무겐지고쿠 등 지옥만 136개에 달한다고 한다. 주변 곳곳에선 유황 연기가 피어오르고 지표면은 가스와 지열로 부글부글 끓는다. 곳곳에 쌓인 돌무더기는 죽은 자들을 의미한다.
지옥 순례를 마치면 우소리코가 나온다. 현세의 업을 털고 극락에 당도했다는 의미다. 산성이 강해 다양한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호수인데도 극락이란다. 글쎄, 지옥과 같은 풍경에 견주면 그마저도 극락과 같다는 의미려나.
오소레잔 관람 기간은 5월 1일~10월 31일이다. 나머지는 눈이 많아 길이 폐쇄된다. 수많은 이들이 찾는 7월 20~24일 ‘대제전’과 10월 ‘아키마와리’ 기간을 제외하고 오후 6시에 절 문을 닫는다.
●대문자 A 형상화한 ‘아스팜’도 눈길
아오모리 시내에도 볼거리가 꽤 많다. 와랏세는 네부타(등과 거대한 인형으로 꾸민 축제용 수레)를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네부타 제작 과정부터 역대 네부타 축제 수상작까지, 다양한 네부타와 마주할 수 있다. 바로 옆의 ‘A팩토리’는 여러 공방이 밀집된 공간이다. 아오모리 사과로 만든 시드르(사과술) 등과 만날 수 있다.
핫코다마루 선박 박물관도 둘러볼 만하다. 핫코다마루는 1988년 세이칸 터널 개통 전까지 홋카이도와 도호쿠를 연결하던 페리였다. 터널 개통 후 신칸센이 오가면서 현재는 기념관으로 쓰이고 있다. 아스팜은 아오모리현의 관광물산관이다. 아오모리의 영어 대문자 ‘A’를 형상화한 외관이 독특하다. 내부는 지역 먹거리 판매장, 네부타 축제 영상관 등으로 구성됐다. 13층은 전망대다. 아오모리 항구와 시가지, 핫코다산 등을 눈에 담을 수 있다.
글·사진 아오모리(일본) 손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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