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약주(藥酒)와 병주(病酒)

관리자 2023. 7. 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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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잘 마시면 백약(百藥) 중에 으뜸이고, 술을 잘못 마시면 만병(萬病)의 근원이다.

이렇게 술 마시고 말이 많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에게 술은 약주(藥酒)가 아니라 병주(病酒)가 된다.

술은 잘못 마시면 병주, 잘 마시면 약주다.

세상이 힘들고 슬퍼지면 술 퍼마시며 위안을 삼는 시대! 술을 병주가 아닌 약주로 마셔 인생의 동반자로 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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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약과 병 양면성이 존재
동료들끼리 의리도 키우지만
주폭으로 변하는 사람 있어
성현들도 그 폐해를 늘 경계
삶에 위안을 주는 술이 되길

 

술은 잘 마시면 백약(百藥) 중에 으뜸이고, 술을 잘못 마시면 만병(萬病)의 근원이다. 술은 성공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술 때문에 실패의 쓰라림을 맛볼 수도 있다. 술은 약(藥)과 병(病), 성공(成)과 실패(敗)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술이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생리적인 면보다는 관계적인 면이 강하다. ‘사기(史記)’에는 술의 장점을 기술한 부분이 나온다.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사당에서 선현을 추모할 때(郊天禮廟·교천예묘) 술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를 이어주는 끈이 되고, 임금과 신하, 동료들이 만나 소통할 때(君臣朋友·군신붕우) 술은 상호간의 의리를 키우고, 서로 싸우고 화해할 때(鬪爭相和·투쟁상화) 술은 먼저 미안함을 표하는 용기가 된다.’ 조상에게 술을 올려 추모와 감사의 뜻을 표하고, 술로써 위계의 차별을 부드럽게 하고, 해묵은 갈등을 해결한다는 사마천의 주론(酒論)은 여전히 우리의 삶에서 적용된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에도 술은 빠지지 않는다. ‘돈 앞에 공사가 분명한 사람이 대장부요(財上分明大丈夫·재상분명대장부), 술 마시고 말 드문 사람이 진정한 군자다(酒中不語眞君子·주중불어진군자).’ 평소에 말이 없다가 술만 먹으면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 있다. 했던 말을 자꾸 반복하는 반복형 인간, 술 깨면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남발하는 부도형 인간, 술 마실 때는 형 동생 찾다가 정작 어려울 때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배신형 인간, 실제보다 과장되게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허풍형 인간 등 술 마실 때 말이 많아서 문제가 되는 유형이다.

술 마실 때 말이 많은 사람은 그나마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지만, 술 먹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은 용서의 여지가 없다. 이런 사람을 경찰에서는 주폭(酒暴)이란 신조어로 부르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술 마시고 저지른 폭력에 비교적 관대한 관습이 있다. 마음과 정신(心神)이 미약(微弱)한 상태이니 술을 마신 후 행사한 폭력은 어느 정도 이해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주폭의 특징은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이기지 못할 사람에게는 덤비지 못하고, 노약자나 여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비겁하고 비열한 자들이다. 이렇게 술 마시고 말이 많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에게 술은 약주(藥酒)가 아니라 병주(病酒)가 된다.

‘논어’ 기록에 보면 공자는 술을 좋아했다. 시장에서 파는 술(沽酒·고주)은 마시지 않았다고 하니 집에서 술을 만들어 마셨을 것이고, 주량의 한계가 없었다고(無量·무량) 하니 말술이었음이 분명하다. 공자는 술 마시고 취해서 난동을 피우지는 않았고(不及亂·불급난), 술 마신 다음날 피곤함(酒困·주곤)을 늘 경계했다. 성현도 술을 좋아해 가까이하였으나 술 때문에 벌어지는 폐해를 늘 경계하였으니, 일반인은 더욱 술을 마셔 벌어지는 문제를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것이다.

술은 ‘주거니 받거니’가 되어야 술맛이 살아난다. 혼자 마시는 술을 독작(獨酌)이라 한다. 이태백은 독작의 기쁨을 즐겼으나, 그 역시 홀로 마시는 것이 외로워 달과 그림자와 어울려 술을 마셨다고 시를 읊었다. 술은 역시 함께 마셔야 약주가 된다. ‘술을 권할 때는 억지로 하지 말 것이며(主不强勸·주불강권), 손님 역시 너무 사양해선 안된다(客不固辭·객불고사)’는 대작의 원칙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술자리 원칙이다. 술은 잘못 마시면 병주, 잘 마시면 약주다. 세상이 힘들고 슬퍼지면 술 퍼마시며 위안을 삼는 시대! 술을 병주가 아닌 약주로 마셔 인생의 동반자로 삼길 바랄 뿐이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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