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삶, 익는 삶] 대한민국 인구대책은 실패…올바른 해법은 ‘로컬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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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조원.
인구 통계와 세대 분석 전문가로 알려진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펴낸 책 '인구소멸과 로컬리즘'에서 심각한 인구감소·지방소멸을 겪는 우리 사회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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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시대 지역 살리려면
민관산학이 주체로 뭉치고
지방정부의 뒷받침도 필수
새 아이디어엔 과감한 투자
380조원. 대한민국이 지난 20년간 인구대책에 쏟아부은 돈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인 결과는 어떨까. 2022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이고 유일한 0명대다. 국가 존립을 걱정하는 것이 결코 기우가 아니다.
인구 통계와 세대 분석 전문가로 알려진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펴낸 책 ‘인구소멸과 로컬리즘’에서 심각한 인구감소·지방소멸을 겪는 우리 사회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동안 정부의 인구대책은 실패했다고 도발하면서 새로운 해답으로 ‘뉴 로컬리즘’을 내놨다.
이 책을 낸 전 교수는 일자리·문화·교육·의료 등 모든 인프라와 자원을 빨아들이는 서울 중심주의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자의 반, 타의 반 먹이를 찾아 서울로 올라가는데 정작 그곳엔 안온한 둥지가 없어 알을 낳지 못한다는 것.
결국 문제도, 답도 지역이다. 저자는 먹이가 넘치는 지역을 만드는 방법을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로컬리즘은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다만 또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방향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존엔 중앙이 정책을 기획하고 예산을 만들어 아래로 내려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229개 지방자치단체가 다 똑같은 모습이었죠. 로컬리즘이라고 하면서 정작 지자체와 주민은 빠져 있는 구조였습니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됐다. 장마다 로컬리즘을 왜·누가·무엇을·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사례를 들어 풀어낸다. 특히 일본에서 지역 고용 창출을 이끌어낸 ‘양키의 호랑이’ 사례가 눈길을 끈다. 양키의 호랑이는 반골 기질을 지닌 청년세대를 일컫는데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마음껏 뽐내며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새겨볼 만하다. 하나의 로컬 브랜드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200m·400m론도 흥미롭다.
단일한 성공 사례를 여러 곳에 일괄적으로 ‘복사-붙여넣기’ 하는 방식은 없어져 한다. 대신 ‘지역+인재+아이디어’를 합쳐야 한다. 다행스러운 건 몇몇 지방에서 희망의 불씨가 일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특화 아이템으로 무장한 채 ‘로컬 크리에이터’를 자청하고 나선 청년들이 등장했다. 이들의 활동이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지자체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바쁜 일과 중에도 잠깐 짬을 내 전화 인터뷰에 응한 전 교수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로컬리즘의 주체는 민관산학이 돼야 합니다. 지자체의 뒷받침이 없어선 안되죠.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과감한 제도적 지원과 예산 투입을 해야 합니다. 이런 변화는 전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도농격차·인구소멸을 겪고 있는 독일이나 일본도 새로운 로컬리즘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영국의 인구학자 폴 윌리스는 현 상황을 ‘인구지진’이라고 했다.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듯 가파른 고령화로 사회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대로 가다간 지진이 무엇을 쓰러뜨릴지 모른다. “로컬리즘은 불행한 사회를 풀어낼 마지막 카드일지도 모른다”는 책의 한 구절이 가슴을 파고드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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