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시 한편 외우고 다니는 북쪽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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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장길에 우연히 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더 특별한 것은 시인이라고 나를 소개했더니 북한에서 코로나19 시절 직전에 청년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여러번 있었는데 노래를 즐겨 부르지 못하는 사람들은 시를 한편씩 낭송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어와 한국어가 나란히 편집된 시집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꽤 많다고 서점 주인은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굴렁쇠를 굴리면서 홍난파의 동요를 부르고, 바닷가에 둥글게 모여 앉아 술 한잔을 가운데 놓고 윤동주의 시를 낭송하는 북쪽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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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장길에 우연히 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특별했습니다. 이분이 일본인도 재일교포도 아닌 조선인이어서였습니다. 이분은 그래서 북한에 여러번 다녀올 일도 있었습니다.
더 특별한 것은 시인이라고 나를 소개했더니 북한에서 코로나19 시절 직전에 청년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여러번 있었는데 노래를 즐겨 부르지 못하는 사람들은 시를 한편씩 낭송한다고 했습니다. 술자리에서 시를 낭송한다고요?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럴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시가 윤동주 시인의 시라고 했습니다.
와세다대학교 근처에서 윤동주의 시집을 사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일본어와 한국어가 나란히 편집된 시집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꽤 많다고 서점 주인은 말했습니다. 시집을 펼쳐 읽으며 북한 청년들은 이 고운 시들 가운데 어떤 시를 암송하고 다닐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윤동주의 시를 읽는 북쪽 청년들의 마음은 남쪽 청년들의 마음들과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같을 수 있을지를 헤아렸습니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려는 마음도 같을까요.
북쪽에서는 돌아가면서 노래를 청해 듣는 문화가 여전한가 봅니다. 오래전에는 우리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시라면, 우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외우는 시가 없을 것이며 외우는 시가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술자리의 분위기를 망쳐놓는 사람으로 밀려날 것입니다.
아이들이 굴렁쇠를 굴리면서 홍난파의 동요를 부르고, 바닷가에 둥글게 모여 앉아 술 한잔을 가운데 놓고 윤동주의 시를 낭송하는 북쪽의 여름. 사진 한장 남겨두어야겠다는 마음을 앞세워 훌쩍 다녀오고만 싶습니다.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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