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양분관리제…축산·친환경농가 “부적절” 한목소리
농지 양분 투입현황, 관리 필요
화학비료·음식쓰레기도 포함을
가축분뇨만 규제…업계 반발 커
경축순환농업 흐름 역행 주장도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을)이 대표 발의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검토보고와 대체 토론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사실상 양분관리제를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축산농가와 친환경농업계 반발이 큰 상황이다. 양분관리제 도입을 둘러싼 쟁점과 대안을 짚어봤다.
◆ 가축분뇨만 양분관리제 관리 대상?…축산업계 “부적절”=양분관리제는 지속가능한 농축산 환경을 위해 농지에 투입되는 화학비료 및 가축분뇨 퇴·액비의 양을 조절·관리하고자 하는 제도로 환경부가 오랜 기간 도입을 추진해온 사안이다.
이번에 소위로 회부된 개정안에는 환경부 장관이 국가 가축분뇨 관리정책의 체계적 발전을 위해 10년 단위 종합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이 신설됐는데, 여기에 ‘농경지 양분 투입 현황 및 양분관리에 관한 사항을 종합계획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축산업계는 우선 법령관리체계의 부적절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가축분뇨법은 가축분뇨의 자원화 및 적정한 처리를 통해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축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데, 국가 차원의 농경지 양분관리에 관한 내용을 가축분뇨법에 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양분관리제를 도입하려면 가축분뇨뿐만 아니라 화학비료나 음식물쓰레기 등 모든 양분을 아우를 수 있는 ‘토양환경보전법’을 통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축산업계의 주장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화학비료나 유기질비료도 포함한 종합적인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토양검정 방법, 지역 토양검정센터 설치·지원, 시비처방전 발행 방법 정립 등도 선행돼야 한다”며 “화학비료 감축 정책과 국내산 양분 우선 사용 정책 추진, 국내 실정에 맞는 양분수지 산정법 적용, 토양 양분관리를 위한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토양 양분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구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해당 상임위의 법안 검토보고서에서도 축산업계 의견의 타당성을 언급한 바 있다.
◆ 친환경농업계, 경축순환농업 저해 우려=친환경농업계도 가축분뇨에 국한해 양분관리제를 도입하는 것은 친환경농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양분관리제가 시행되면 가축분뇨 이용에 관한 규제가 강화돼 가축분뇨 퇴·액비 이용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곧 화학비료 사용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친환경농업협회는 가축분뇨 퇴비보다 화학비료의 질소 함유량 등이 높음에도 이를 규제하지 않은 채 가축분뇨법에서만 양분을 관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국회에 제출했다. 환경부의 녹조 종합대책과 관련해서도 친환경농가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홍안나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처장은 “탄소중립을 위해 경축순환농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법은 오히려 흐름에 역행하는 제도”라며 “무엇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니라 환경부에서 가축분뇨를 관리하게 되면 농업에 대한 이해와 육성보다는 규제 위주로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가축분뇨 처리방식 다변화해야=양분관리제 도입이 급물살을 탄 건 국내 가축 사육마릿수는 늘어나는 데 비해 경작지는 매년 줄면서 토양 양분 과잉과 수질오염 증가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축산환경관리원에 따르면 가축분뇨, 음식물폐기물, 하수 찌꺼기 등 유기성 폐자원 발생량은 2019년 6721만t으로 2010년 대비 약 14.7% 증가했다. 이 가운데 76.7%가 퇴·액비로 처리되는데, 이로 인한 민원이 지속하면서 가축분뇨 처리 방식에 대한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가축분뇨를 폐기물로 보고 이용을 규제하기보다는 더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축분뇨가 탄소중립 시대에 주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농식품부도 가축분뇨를 통한 신재생에너지의 생산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서준한 농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장은 “가축분뇨는 폐기물과 달라서 잘만 이용하면 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수입까지 올릴 수 있는 자원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윤영만 한경국립대학교 식물생명환경과 교수는 “농경지로 들어가는 양분을 저감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로 생산, 정화 등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고 퇴·액비를 만드는 방식에 따라서도 양분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