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 발효로 관세 내리자…중국산 변성전분 밀려들어왔다
수입액 1년새 25.2% 증가
일본산 청주도 크게 늘어
농식품 수입 부채질 요인
관세감축 품목 예의 주시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 사이 중국산 변성전분과 일본산 청주(사케)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국내 수요가 증가한 데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이 수입 증가세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두 품목은 지난해 2월 발효된 RCEP 영향으로 기존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기 시작한 대표적인 품목이다.
◆RCEP, 농식품 수입 새 변수로=15개국이 참여하는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인 RCEP이 발효 1년을 넘긴 가운데 농식품 수입 증가를 부채질하는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CEP 발효 후 1년(2022년 2월∼2023년 1월) 동안 중국산 변성전분 수입액은 발효 1년 전보다 25.2% 증가했다. 제과에 주로 쓰이는 변성전분은 밀·감자 전분의 구조를 변형해 빠른 조리가 가능하도록 한 제품이다. 기존 8%이던 중국산 변성전분 관세는 RCEP 발효와 동시에 철폐됐다. RCEP 발효에 따른 관세 감축·철폐가 농식품 수입을 촉진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같은 흐름은 최근 농협경제연구소가 내놓은 ‘RCEP 양허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일본산 청주도 RCEP 영향을 받기 시작한 품목이다. 일본산 청주는 2022년 2월∼2023년 1월 수입액이 1년 전보다 31.2% 뛰었다. 일본산 불매운동 완화와 외국산 청주 수입 전반이 늘어난 게 기본 요인이지만, RCEP에 따른 관세 감축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15% 관세를 적용받던 일본산 청주는 RCEP 발효로 2022년부터 매년 1%포인트씩 내려가다가 2036년에는 완전히 철폐된다. 이런 흐름은 일본산 맥주도 마찬가지다. 불매운동 등으로 2021년 642만7000달러(약 83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2022년 1600만5000달러(206억원)로 2.5배 치솟았다. 기존 30%이던 일본산 맥주 관세가 지난해부터 매년 1.5%포인트씩 낮아지고 있어 수입 증가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산 청주는 한·중 FTA에 따른 관세 감축의 영향을 받아 2022년 수입액이 2017년보다 약 13배 증가했다.
◆냉동과일 등 줄줄이 관세 감축=문제는 앞으로다. 우리나라는 RCEP 체결 당시 국가별·품목별로 관세 감축 시기를 달리 적용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당장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산 냉동과일·열대과일 관세가 1∼2년 뒤부터 줄어든다. 아세안산 냉동과일은 현재 24% 관세를 적용받지만, 2025년부터는 매년 2%포인트씩 내려간다. 2022년 아세안산 냉동과일 수입액은 전년보다 약 27% 늘었을 정도로 시장 자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22년 한해 수입된 아세안산 냉동과일만 346억원어치에 달한다.
이와 함께 아세안산 두리안(36%), 망고스틴·파파야(24%) 등의 관세도 내년부터 연차적 감축을 앞두고 있다. 이들 품목 역시 최근 수입액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RCEP이 이 흐름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된다. 2022년 아세안산 두리안 수입액은 624만6000달러(약 80억원)로 2017년보다 3.5배가량 늘었다.
중국산 녹용도 예의 주시해야 할 품목이다. 기존 20%를 적용받던 중국산 녹용 관세는 RCEP 발효로 지난해부터 20년에 걸쳐 철폐된다. 다만 중국산 녹용에 대한 인식, 가격 경쟁력 등으로 국내 수입은 아직 없다. 박재홍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규모가 영세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양록산업은 향후 중국산 녹용 수입 증가로 피해가 가시화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분석에서 각종 FTA 체결에 따른 관세 감축이 농식품 수입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2022년 뉴질랜드산 녹용 수입액은 2017년보다 77% 늘었다. 뉴질랜드산 녹용은 2015년 한·뉴 FTA 체결 후 관세(20%)가 단계적으로 감축돼 2022년 9.3%를 적용받았다. 2022년 수입액만 4272만5000달러(약 550억원)다. 같은 영향으로 2022년 뉴질랜드산 체다치즈와 모차렐라치즈 수입액도 2017년보다 각각 38%, 69% 늘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