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육성한다더니…“콘크리트 농작업로 뜯어내랍니다”
맨땅 작업시 장비 오작동 등 문제
현실 외면한 그린벨트 규제 원성
경남도서 제도개선 건의했지만
국토부는 ‘허용 곤란’ 입장 회신

개발제한구역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괴정리에서 스마트팜을 설치해 토마토농사를 짓는 주현철씨(62)는 요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는 스마트팜 안에서 작업 효율을 높이려고 콘크리트를 타설해 농작업로를 조성했는데 김해시(시장 홍태용)가 이를 불법행위라며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주씨는 김해시가 발송한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행위 자진 원상복구 시정명령’ 공문을 최근 땅주인 A씨에게 전달받았다.
스마트팜 안에 콘크리트로 만든 농작업로를 원래 흙바닥 상태로 돌려놓으라는 얘기다. 또한 패널을 조립해 농장 안에 만든 간이 화장실도 철거해야 한다. 특히 시는 공문에 “원상복구 하지 않을 때 당국에 고발조치 됨은 물론 원상복구 할 때까지 1년에 2회 범위 안에서 반복해 이행강제금이 부과됨을 알린다”고 경고 문구까지 넣었다.
그가 이곳에 스마트팜을 만든 것은 2021년이다. 개발제한구역에서도 시설농사가 가능해 대도시와 인접한 이곳을 최적의 장소로 택했다. 이미 14년 전인 2009년, 다른 농가들보다 한발 앞서 스마트팜을 이용해 토마토를 재배해오던 그는 서울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던 아들 원찬씨(34)가 귀농을 결심하자 새로 스마트팜이 필요했다. 부자가 함께 과학 영농에 나서면 농산물시장 개방이 확대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주씨는 A씨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농지 7438㎡(2250평)를 빌려 6942㎡(2100평) 규모의 스마트팜을 지었다. 새 스마트팜은 온습도 등 환경제어 장치를 비롯한 첨단시설을 두루 갖춰 연간(9개월 경작 기준) 250t 이상의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다. 주씨는 새 스마트팜 안에 폭 4m, 길이 80m 정도의 콘크리트 농작업로를 만들었다. 수경재배로 토마토 줄기가 10m까지 자라 수확을 하려면 고소 작업용 기구인 바퀴 달린 리프트가 반드시 필요해서다. 또 하루에 1t에 달하는 토마토를 수확, 팰릿에 쌓아 운송차량에 적재할 때도 지게차를 사용해야 해서 단단하고 평탄한 콘크리트 농작업로는 필수다.
문제는 개발제한구역 관련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스마트팜 운영 효율을 높이려고 만든 콘크리트 농작업로가 오히려 주씨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는 개발제한구역 안 농업용 비닐하우스(스마트팜)에는 탈의실, 농기구 보관실, 난방용 기계실, 냉장시설 등을 임시 시설로 설치할 수 있는데 30㎡ 이하만 허용된다. 더구나 임시 시설을 설치해도 바닥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것은 금지 한다.
다만 시설 골조에 필요하다면 가로·세로·높이 각 40㎝ 이하로 콘크리트 타설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바닥은 보도블록이나 부직포 등 비영구적 임시 가설물로 한정했다. 바닥에 콘크리트를 까는 것 자체를 개발행위로 보고 금지하는 것이다. 결국 개발제한구역 안에 조성한 스마트팜의 농작업로는 맨땅바닥 또는 흙 위에 보도블록이나 부직포 등을 덮어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바닥에 부착된 간이 화장실 설치도 금지돼 있다.
주씨는 “맨땅 위에 부직포나 보도블록 등을 깔아 농작업로로 사용하면 습기와 지반 침하 등에 의해 땅이 울퉁불퉁해져 첨단장비의 오작동이나 운반 기계의 전도·전복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스마트팜 운영에 큰 지장을 주는 과도한 규제로 많은 농가를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귀농한 아들 원찬씨도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에 난감함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현재 경남도 농업인력자원관리원이 운영하는 경남스마트팜혁신밸리(밀양 소재)의 청년창업보육센터에서 스마트팜 관련 영농기술과 경영기법을 익히고 있다.
원찬씨는 “대도시와 인접한 그린벨트 지역에 스마트팜을 만드는 것은 농산물 물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보다 신선한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귀농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분야”라며 “이런 현실감 없는 규제는 청년들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농촌’을 만드는 셈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주씨처럼 개발제한구역 안의 스마트팜 농가들이 과도한 규제로 영농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자 지난해 경남도(도지사 박완수)는 김해시 등의 의견을 수렴해 국토교통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바닥 콘크리트 타설 허용을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도에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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