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 대상에 ‘미니’만 적혀 있었어도…

제주 단호박 농작물재해보험 논란
5월초 미니단호박 빼고 상품 출시
농가 5월말 돼서야 뒤늦게 신청
판매기간·작기 안맞아 구제 안돼

제주 제주시 애월읍에서 미니단호박을 재배하는 강남욱씨가 올해 처음 지역에 출시된 단호박 농작물재해보험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5월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제주도내 미니단호박농가가 제대로 구제받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발단은 올해 처음으로 제주시가 단호박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지역에 포함됐는데, 정작 이 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미니단호박＇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부터다. 설상가상으로 판매 기간 또한 지역 작기와 맞지 않아 농가가 제대로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보상해주는 정책 보험으로 가입비의 85%(국비 50%, 지방비 35%)는 세금으로 보조한다.

제주도는 지난해 농금원에 단호박 농작물재해보험 사업지역에 제주시를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농금원 심사를 통해 올해 5월2일부터 지역에서 단호박 농작물재해보험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보우짱’ ‘미니밤’ ‘미니꼭지짱’과 같은 미니단호박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올해 도내 미니단호박 재배 추정 면적이 466㏊에 이르는데 일반 단호박은 통계에 잡히지 않을 만큼 적음에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두 기관이 이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2만6446㎡(8000평) 규모로 미니단호박농사를 짓는 양정우씨(52·한경면 두모리)는 “5월초 홍보 현수막을 보고 가입하려 했는데 미니단호박은 안된다고 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창륜 도 스마트농업경영팀장은 “단호박에 미니단호박이 포함되는 줄 알고 따로 건의하지 않았다”면서 “보험상품 개발 과정에서도 미니단호박이 포함되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박성준 농금원 정책보험본부 보험1부장은 “제주도에서 단호박 사업지역 확장을 요청해 기존 단호박 농작물재해보험을 제주에 적용한 것”이라면서 “제주도가 ‘미니단호박’을 따로 언급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도는 결국 5월 중순이 돼서야 이 문제를 인지하고 부랴부랴 미니단호박을 가입 대상 품목에 포함해달라고 했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농금원은 도 요청을 고려해 5월29일부터 6월2일까지 미니단호박 보험 가입을 추가로 받았다. 이 기간 전체 재배면적의 57%에 달하는 266㏊ 농지가 가입됐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보험 판매 시기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온다. 대개 농작물재해보험은 정식기·파종기에 판매를 시작한다. 도내 미니단호박은 3월초에서 4월초까지 정식해 6월말부터 수확을 시작하는데, 가입은 생육이 한창인 5월초부터 시작됐다. 그마저도 미니단호박 가입은 5월말이 돼서야 이뤄졌던 것. 이 때문에 5월초 제주를 덮친 폭우로 입은 피해를 제대로 구제받지 못했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애월읍 봉성리에서 1만4876㎡(4500평) 규모로 미니단호박을 재배하는 강남욱씨(58)는 “5월말에서야 가입을 받다보니 이전에 발생한 재해에 따른 피해는 하나도 보상받지 못했다”면서 “가입을 정식 시기인 3월부터 받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올해 어설프게 상품을 출시할 게 아니라 제대로 준비해 내년에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두 기관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팀장은 “처음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하며 “가입 시기나 품종 특성 등을 살펴 개선할 점을 농금원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장 또한 “지방자치단체 요청이 있으면 절차에 따라 상품 개발이나 제도보완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