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이웃을 위한 갱단의 변신과 FBI의 탄압

최윤필 2023. 7. 1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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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7월 14일 새벽 5시 15분, 미국 뉴욕 사우스브롱크스 링컨병원(현 코넬의대부속종합병원)에 150여 명의 괴한들이 난입했다.

영 로즈는 "링컨병원은 환자들을 죽이고,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료노동자들을 좌절시키는 도살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흑인들의 준군사조직 '흑표당'을 닮고자 했던 좌파 인민주의 이념의 '영 로즈'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집요한 공작과 공세로 새 병원이 문을 열던 1976년 공식 해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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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 영 로즈
'팔란테(Palante)'란 잡지 표지에 등장한 뉴욕 영 로즈 멤버들. El Museo del Barrio 사진, mcny.org

1970년 7월 14일 새벽 5시 15분, 미국 뉴욕 사우스브롱크스 링컨병원(현 코넬의대부속종합병원)에 150여 명의 괴한들이 난입했다. ‘영 로즈(Young Lords)’라는 좌파 성향의 이민자 권익단체 조직원들이었다. 그들은 병원 시설을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하며 병원 책임자들과 담판을 벌였다. 요구 조건은 병원 위생 및 환자 서비스 개선과 지역 주민들에 대한 방문·예방치료 확대, 의료진 추가 감축 금지 및 병원 시설 확충, 저소득 환자들을 위한 탁아시설 설치 등 한마디로 지역 의료서비스 개선이었다. 그들은 점거 12시간 만에 대다수 요구조건을 약속받고 자진 해산했고, 경찰도 리더 두 명을 불법무기 소지 등 혐의로 연행했다가 이내 석방했다.

‘영 로즈’는 1960년대 시카고 지역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청년들이 주축이 돼 흔한 갱단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이민자와 흑인 등 지역 소수자들의 권익, 특히 보건 위생을 위한 다양한 지역 활동을 펼쳐 민심을 얻으며 권익단체로 변신했고, 60년대 말 뉴욕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당시 사우스브롱크스의 주민 다수도 저소득층 흑인과 이민자들이었다.

지역 거점 의료시설이었던 링컨병원은 낙후한 시설과 유색인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부실 진료로 악명 높아, 예컨대 링컨병원 영아 사망률은 전국 평균보다 무려 3배나 높았다. 뉴욕시와 주정부는 그 현실을 사실상 방관했다. 영 로즈는 “링컨병원은 환자들을 죽이고,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료노동자들을 좌절시키는 도살장”이라고 주장했다.
영 로즈의 점거 덕에 현지 주민들이 견뎌온 열악한 의료환경이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주정부 등은 6년 뒤 지금의 새 병원을 신축했다.

하지만 흑인들의 준군사조직 ‘흑표당’을 닮고자 했던 좌파 인민주의 이념의 ‘영 로즈’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집요한 공작과 공세로 새 병원이 문을 열던 1976년 공식 해체됐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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