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업을 식은 죽 먹기나 장난처럼 할 수 있는 나라
현대차 노조가 느닷없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한다면서 파업을 벌였다. 생산라인을 4시간 동안 멈춰 2000대 이상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이 파업은 민노총의 정치 파업에 동조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벌인 것이라고 한다. 공장 조합원 4만여 명을 가진 국내 최대 노조가 임금이나 근로 조건과는 아무 상관없는 정치 목적을 위해 법 절차를 모두 무시한 채 전국 공장의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다. 명백한 불법이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겠나. 지금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부진 속에서 수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파업을 장난처럼 하고 있다. 수많은 협력 기업에도 민폐를 끼치는 행위이지만 어떤 거리낌도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다.
현대차 노조의 일탈은 한국이 파업을 너무나 쉽게 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노조 집행부가 파업을 결정하면 사실상 그대로 파업이 된다. 그래도 노조원들이 실질적으로 손해 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회사는 노조 눈치만 본다. 나라 산업의 중추와도 같은 거대 공장이 이렇게 쉽게 멈춰 선다.
쉬운 파업, 멋대로 하는 파업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노조와 한 몸처럼 움직이며 든든한 뒷배가 돼 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벌인 날, “파업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노란봉투법’ 추진을 공언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 범위를 대폭 넓혀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인 대기업에 단체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도 할 수 있게 만드는 법이다. 이 법은 또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때 노조원 개인별로 액수를 계산해 제출토록 해, 사실상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어렵게 만든다. ‘불법 파업 조장법’이란 지적이 지나치지 않다.
대기업 노조의 제 멋대로 파업을 막으려면 법치주의 원칙에 따른 엄벌과 그에 대한 손해 배상, 나아가 불법 파업 시 대체 근로자를 투입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파업시 대체근로자 투입을 사실상 금지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한국 대기업 노조는 이미 조합원의 이익 증진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일종의 정치 집단으로 변질됐다. 민노총은 한미 동맹 해체, 한미 훈련 중단 등을 주장하며 정치 투쟁을 벌여왔다. 북한은 노조가 말살되고 근로자가 노예가 된 곳인데 그 북한이 좋다고 한미 동맹 해체를 주장한다. 민노총 위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노조 활동을 하려면 한미와 남북 관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런 민노총을 개혁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근로자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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