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은 4연속 금리 동결… ‘빚투’ ‘영끌’ 막을 대책 급하다

2023. 7. 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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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연 3.5%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월과 4월, 5월에 이은 4차례 연속 동결이다.

성장률 눈높이가 계속 낮아지는 데다 하반기 통화정책 변수 중 하나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가 막바지에 달했다는 전망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동안 주춤하던 은행권 가계대출은 3개월 연속 증가해 지난달 6조 원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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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 8953억 원 증가한 1062조 2534억 원을 기록했다. 6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6조 4000억 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다. 4월 이후 가계대출이 증가 전환하면서 잔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은행 가계대출이 큰 폭 늘어난 것은 주담대가 7조 원 급증한 영향이다. 2020년 2월(7조 8000억 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금리 안내 현수막. 사진=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연 3.5%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월과 4월, 5월에 이은 4차례 연속 동결이다. 인플레이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진 않았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지며 둔화 흐름을 이어간 것이 동결의 배경이 됐다. 무엇보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 반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금리 인상을 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어제 간담회에서 “금통위원 모두 최종금리 3.75%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2021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이어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률 눈높이가 계속 낮아지는 데다 하반기 통화정책 변수 중 하나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가 막바지에 달했다는 전망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에 다시 늘고 있는 가계 빚이다. 한동안 주춤하던 은행권 가계대출은 3개월 연속 증가해 지난달 6조 원가량 늘었다. 특히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7조 원 늘어 3년 4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면서 빚을 내 집을 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출 금리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상대적인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계 빚 증가는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한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경기 침체 확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는데, 1분기 현재 이 비율은 102.2%나 된다. 이달 말부터 역전세난 해소를 위해 집주인 대상의 전세금 반환 대출 문턱이 낮아지고, 아파트 입주 물량도 늘어나 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은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전체 가계 대출자들은 연 소득의 40%를 원리금을 갚는 데 쓰고 있고, 소득보다 갚아야 할 빚이 더 많은 대출자도 175만 명이나 된다. 정부와 통화 당국은 가계대출 부실과 취약가구 도산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가계 빚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부동산 규제 완화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개인도 ‘영끌’, ‘빚투’ 같은 무리한 대출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가계 빚 폭탄을 막을 전방위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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