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요농업유산의 보고 전남… ‘손틀어업’ 이어 줄줄이 등재 신청

정승호 기자 2023. 7. 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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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 긁어 재첩 잡는 전통방식… 어업 분야로는 국내 최초 등재
100여년 이어온 구례 산수유 농업
자연방식 고수하는 신안 천일염업
높은 보전가치 앞세워 지정 추진
섬진강 하구에서 주민들이 ‘거랭이’란 도구를 사용해 재첩을 채취하고 있다. 전통 방식의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최근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해양수산부 제공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을 아우르는 섬진강에서 재첩을 잡을 때 전통적으로 이용해 온 ‘손틀어업’이 국내 어업 분야에선 처음으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전남도는 전 세계적으로 특이하고 보전 가치가 높은 구례 산수유 농업과 신안 갯벌 천일염업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도 준비하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에 국내 어업 분야 첫 등재

13일 전남도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을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지정했다. 재첩잡이 손틀어업 등재는 세계 어업 분야에서는 세 번째, 국내 어업 분야에서는 처음이라고 전남도는 설명했다.

손틀어업은 섬진강 하구 하동·광양 주민들이 ‘거랭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강바닥을 긁어 재첩을 채취하는 전통 어업 방식으로, 현재까지 유일하게 전승되고 있다. 거랭이는 수십 개의 쇠갈퀴를 삼태기 모양으로 잇대어 놓은 것이다. 물이 빠지고 모래톱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2m 가까운 거랭이 손잡이를 어깨에 고정하고 강바닥을 긁어 재첩을 채취한다.

주민들의 생계 유지를 비롯해 생활문화, 문화경관 등 다양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제7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은 △제주 해녀어업 △보성 뻘배어업 △남해 죽방렴어업 지정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11건이 지정됐다. 이 중 전남은 △완도 지주식 김 양식어업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신안 홍어잡이어업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6개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현재 세계 25개국 74개의 유산이 등재돼 있다. 이 중 어업유산은 일본 나가라강 은어 시스템과 스페인 아냐나의 소금 생산 시스템 등 2개에 불과하다. 한국은 △청산도 구들장 논 △제주 밭담 △담양 대나무밭 △하동 전통차농업 △금산 인삼농업 등 농업 분야만 5개 등재돼 있다.

김현미 전남도 해운항만과장은 “이번 등재는 어업유산을 보전하고 가치를 알리기 위해 광양시와 하동군 주민협의체를 중심으로 중앙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추가 등재 가능성 높아

매년 3월 산수유 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는 꽃을 보려는 발길이 이어진다. 구례 산수유 농업 시스템은 내년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전남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구례 산수유 농업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지리산의 극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전승돼 온 산수유 농업 시스템이 전통 지식 가치는 물론이고 꽃과 열매가 가지는 경관적 가치 또한 높아서다.

지리산 자락에 옹기종기 모인 구례군 산동면 49개 마을은 전국 최대 산수유 군락지를 품고 있다. 자생한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주민이 100여 년 전부터 열매를 얻으려고 심었다. 산동면은 산으로 둘러싸여 경작지가 부족하다. 주민들은 좁은 논과 밭으로는 생계 유지가 여의치 않자 논밭을 제외한 산비탈이며 얕은 산등성이, 돌담 주변, 바위 틈, 마을 어귀 공터, 개울가 등 자투리 땅에 산수유를 심었다.

전남도는 올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준비 자문회의를 3차례 열어 지정 기준에 맞는 신청서를 최종 보완한 뒤 내년에 등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신안은 천일염 주산지이다.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신안 천일염업은 바닷물을 갯벌에 조성한 염전에 끌어들여 농축시킨 후 햇볕과 바람을 이용한 자연 방식으로 수분만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하는 전통 어법이다. 이 과정에서 함수(짠물) 제조 기술과 소금 내기, 체렴(수문을 열고 바닷물을 건조해 소금판 위에 소금을 모으는 작업) 등 다양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신안군은 천일염업 장인 양성과 명품화 교육을 통해 천일염업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높여오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곰소 천일염으로 유명한 전북 부안군과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해 올 5월 해양수산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신안 갯벌이 2021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만큼 천일염업도 등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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