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공부하세요…이해인 수녀가 추린 10개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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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셋째 주 국제신문에 실리는 칼럼 '이해인 수녀-기도의 창가에서'의 원고 담당자로서 고백하자면, 다른 이들보다 먼저 이해인 수녀·시인이 보내주는 글을 받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어린 시절, 제가 사는 수녀원이 있는 부산에 피난을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주인집과 세 든 사람들 사이에 어떤 계층 차이도 못 느끼며 더불어 살았어요. 그 기억이 지금도 남아서인지 부산 사람들은 정이 많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끔 식당에 들르면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이들의 모습에서 '공생'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생각합니다." 공생이라는 말이 더 다정하게 친근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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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셋째 주 국제신문에 실리는 칼럼 ‘이해인 수녀-기도의 창가에서’의 원고 담당자로서 고백하자면, 다른 이들보다 먼저 이해인 수녀·시인이 보내주는 글을 받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살아야겠다’이다. 여름날 무더운 바닷가에 서 있는데, 청량하고 청빈한 바람이 한 줄기 불어와 가슴속을 스윽 식혀주는 기분, ‘괜찮아 괜찮아’ 하며 다독이며 품어주는 느낌을 언제나 받는다.
이해인 수녀가 새 책 ‘인생의 열 가지 생각’을 펴냈다. “책과 편지, 자료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일기장과 메모 같은 기록을 빼곡히 남긴 노트를 세어보니 179권이더군요. … 제가 머무는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해인글방’도 곧 재건축에 들어가, 더욱 애틋한 마음으로 이 방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책머리에서 ‘수녀님’은 이렇게 덧붙였다.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산문집 ‘인생의 열 가지 생각’을 냅니다.”
이해인 수녀는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1964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했다. 1976년 종신서원을 했다. 수도자의 길에 들어선 뒤로, 그는 줄곧 부산 광안리 해변에 가까운 수녀원에서 살고 있다. 1976년 펴낸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부터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같은 초기의 책을 거쳐 ‘꽃잎 한 장처럼’ ‘그 사랑 놓치지 마라’ ‘이해인의 말’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등에 이르기까지 그는 남녀노소 수많은 독자를 보듬었다. 쉽고 아름답고 좋은 말, 실천과 기도로.
“내가 사랑 안에 있으면 자연도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내 안에 사랑이 출렁이지 않으면 해·달·별·나무가 그리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랑 공부가 필요합니다.”(‘사랑’ 편의 글 중)
이 책은 열 가지 주제로 엮었다. 가난 공생 기쁨 위로 감사 사랑 용서 희망 추억 죽음. 시와 산문을 골고루 실었다. 각 산문 끝자락에 이해인 수녀가 펴낸 책의 제목이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동안 세상 사람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펴낸 책에서 좋은 대목을 골라 엮은, 모음 성격도 있는 책으로 다가온다.
‘공생’ 편에 이런 글이 있다. “어린 시절, 제가 사는 수녀원이 있는 부산에 피난을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주인집과 세 든 사람들 사이에 어떤 계층 차이도 못 느끼며 더불어 살았어요. 그 기억이 지금도 남아서인지 부산 사람들은 정이 많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가끔 식당에 들르면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이들의 모습에서 ‘공생’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생각합니다.” 공생이라는 말이 더 다정하게 친근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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