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교육 뒤흔들어… 시스템 다 바꿔야”
“인공지능(AI)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이나 편견을 강화합니다. 교과서를 검증하듯 교육 현장에 도입되는 AI도 정부가 검증해야 하지 않을까요.”
13일 서울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디지털 문명, 지속 가능의 길을 묻다’ 포럼 주제 토론자로 나선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AI가 이끄는 교육 현장의 변화에 대해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챗GPT 등장 이후 전 세계적으로 AI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교육에서의 AI 활용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번 포럼은 민간 싱크탱크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이 주최하고, 태재대학교와 DQ연구소, 조선일보가 공동 주관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기조 발제를 맡고 보코바 전 총장과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박유현 DQ연구소 대표가 AI의 위협에 대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AI 교육 검증해야
보코바 전 총장은 “교육 현장의 AI 도입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에서 교육기관들은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지, 이에 따라 교육 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걸 동시에 배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AI는 이런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AI가 일으키는 변화에 맞춰 교육 시스템을 재창조(reinvention)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코바 전 총장은 편견과 차별의 강화에 대해 우려했다. 생성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해서 훈련이 되는데 편견이 섞인 데이터로 AI가 학습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 생성 AI가 ‘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사람을 그려달라’고 하는 경우 히잡을 쓴 중년 여성을 그려주고 ‘죄수와 간수를 그려달라’는 요구에 죄수는 흑인, 간수는 백인으로 그리는 식이다. 보코바 전 총장은 “이 같은 AI가 학생들에게 편견을 만들고 특정 인종, 집단, 성별, 종교 등에 대한 차별을 재생산하고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AI를 교육에 적용하기 전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과서는 일반적으로 내용의 정확성, 연령 적합성뿐 아니라 편견 강화 요소를 포함한 문화적 사회적 적합성에 대한 검증을 받는다. 보코바 전 총장은 “교육 시스템 안에 AI가 공식적으로 채택될 때 기존 교과서와 비슷한 수준의 검정이 필요하다”며 “교육부를 비롯해 정부 차원의 규제 기관들이 협력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에 활용되는 AI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 해칠 것… 디지털 ESG도 제안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김용학 전 총장은 AI 기술의 발달로 가짜 뉴스의 생산과 전파가 쉬워지고 이로 인해 여론의 양극화와 공동체 분열이 심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두고 미국 국민이 반으로 쪼개졌고, 국내에서는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여론이 나뉘고 있다”며 “여기에 AI가 가미되면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박유현 DQ연구소 대표는 현존하는 위협을 소개하고 지속 가능성을 위해 AI의 영향을 고려한 ‘디지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제안했다. 그는 “기업들이 기후 환경에 대한 영향까지 고려한 재무 공시를 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AI 등 디지털 관련 내용을 포함한 공시를 제안한다”며 “AI가 주는 기회를 최대화하고 리스크는 최소화하면 기업 가치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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