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꿈틀대자 주담대 경쟁… 가계부채 ‘적신호’

김수연 기자 2023. 7.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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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지난달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4억 원을 받았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부 지원 대출은 소득 기준에 걸려 다른 대출 상품을 찾아보던 중 연 4%로 금리가 가장 낮은 카카오뱅크를 선택하게 됐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대환대출 인프라'를 연내 주담대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은행권의 영업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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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바닥’ 인식 확산에
카뱅 등 저금리로 주담대 확장
시중은행은 ‘최장 50년’ 맞불
“경쟁 과열, 가계부채 악화 우려”
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지난달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4억 원을 받았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부 지원 대출은 소득 기준에 걸려 다른 대출 상품을 찾아보던 중 연 4%로 금리가 가장 낮은 카카오뱅크를 선택하게 됐다. 김 씨는 “창구에 갈 필요 없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서류를 제출할 수 있어 시간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한국은행의 4연속 금리 동결로, 침체했던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은행권에선 늘어난 주담대 수요를 끌어오기 위한 영업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낮은 금리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고, 시중은행들도 만기를 최장 50년까지 늘린 ‘초장기 주담대’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자칫 은행권의 과도한 주담대 영업 경쟁이 가계부채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주담대 영업 경쟁, 가계부채 키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주담대를 중심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6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9000억 원 늘어난 1062조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올해 4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했는데 주담대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달 주담대는 7조 원 불어나 2020년 2월(7조8000억 원)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최근 주담대 증가세는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뒤 집값을 전망한 한은의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달 100으로 2022년 5월(111) 이후 처음 기준치(100)에 도달했다. 지수는 작년 11월 61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상반기(1∼6월) 급등세를 보였다. 향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많으면 지수가 100을 넘게 된다.

은행권의 주담대 영업 경쟁도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낮은 금리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월 중 취급된 카카오뱅크의 분할상환 방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3.88%로 공시 대상인 16개 은행 중 유일하게 3%대를 유지했다. 케이뱅크 역시 올해 들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5차례, 4차례 내린 바 있다. 주택 관련 대출이 없었던 토스뱅크도 다음 달 전세대출 상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도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하에 초장기 주담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올해 초 Sh수협은행을 시작으로 DGB대구은행에 이어 이달 하나은행, NH농협은행도 주담대 상품의 최장 만기를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연장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대환대출 확대 앞두고 경쟁 가속화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대환대출 인프라’를 연내 주담대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은행권의 영업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5월 말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약 6700억 원의 대출자산이 이동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 주담대 규모가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연체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담대 연체율은 올해 4월 말 기준 0.21%로 1년 전(0.11%)보다 0.10%포인트 올랐을 뿐 아니라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던 2020년 4월(0.20%)을 앞질렀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더 나은 조건의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길을 터주게 되면 이자 부담이 줄어 연체율도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부동산 시장이 저점에 도달하고 상승 추세로 전환한 상황에서 은행들의 영업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집을 사려는 소비자도 늘어 가계부채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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