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과의 전쟁, 징벌적 접근 대신 이권 고리 끊는 제도 개혁 촉구해야

정리/김정형 기자 2023. 7.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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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7월 정례회의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10일 정례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위원과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태수(변호사), 박상욱(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중식 부국장, 김재련 위원, 김도연 위원장, 금현섭·장부승·김별아·민세진 위원. /박상훈 기자

[反카르텔]

- <”수능 쉽게” 尹 교육개혁의 신호탄>(6월 16일 자 A1면)에서 수능시험의 ‘킬러 문항’과 사교육 과열 문제를 연결한 ‘교육계 이권 카르텔’을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조선일보는 대통령실의 ‘이권 카르텔 타파론’을 재생산했다. 하지만 카르텔의 실체에 대한 분석·비판은 없었다. 대통령실의 카르텔 프레이밍은 과학기술계, 이동통신사업자, 재생에너지, 민간단체 보조금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권 카르텔이 존재하더라도 정부의 정책적 개입은 카르텔이 해산될 수 있도록 이권의 연결 고리를 끊는 제도 개혁이어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카르텔과의 전쟁이 제도 개혁이 아니라 선악 구도와 정의 구현을 내세운 징벌적 접근에 경도되어 있다는 점이다. 카르텔과 합법적 시장 행위, 카르텔과 수월성, 카르텔과 정상적인 네트워크는 구별해 보도해야 한다.

- <[NEWS&VIEW] 반도체 예산도 ‘카르텔’.. 수백억씩 나눠먹기>(6월 30일 자 A6면) 기사 제목은 R&D 분야에서 마치 몇몇 대학이 연구비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그러나 이는 카르텔의 부정적인 의미와 다르다. 미국에 3500여 개 대학이 있지만 정부 연구비의 80% 이상은 130여 대학 정도에 배정된다. 연구는 선택과 집중이 옳다. 수월성을 지향하며 보편성은 배제되어야 한다. 전체 연구비의 3분의 2가 40~50대 연구자에게 지원되고 30대 이하에게는 5.4%만 돌아간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책임자는 중견 연구원이 맡고, 젊은 연구원들은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정부 발표만 다루지 말고 현장 연구원들의 목소리도 반영해야 한다. 사교육 카르텔, R&D 카르텔 등이 제기되는데, 향후 더 큰 문제인 법조 카르텔 이슈도 제기해주기 바란다.

- <’6·25 참전 용사’ 자부심 살린 ‘영웅의 제복’>(6월 24일 자 A10면)은 노인 일자리를 떠올리게 하는 조끼 대신 정식 참전 유공자 제복을 만들어 드린 아이디어도 좋고, 제복 색상도 좋고, 사진 모델이 된 노병들 모습도 좋았다. 천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으로 모든 것을 보여 주었다. <나라 위해 헌신한 발.. 300명에 ‘영웅의 신발’ 헌정>(7월 4일 자 A25면)은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사실을 밝히고, 앞으로 보훈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깨웠다.

[베트남]

-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호찌민 묘소를 참배하면서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 등 과거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베트남 정부도 과거를 문제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베트남은 과거를 묻지 않았다>(6월 24일 자 A1면)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기사는 미래 협력을 위해서는 과거를 묻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로 오해될 수 있다. 기사 말미에 일부 야당 의원이 베트남전 당시 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 사건 조사 특별법을 발의했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한일 관계에 미래를 위한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과거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일부 정치권을 비판하는 듯한데, 미래를 위해 과거는 덮어야 한다는 것인지, 과거를 밝히면 미래 협력이 없다는 것인지 취지가 모호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과 관련, 6월 28·29일 자 <’괴담 손실’ 수조원, 국민이 떠안았다> <”광기의 시간, 팩트가 협박 당했다”> 등에서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 건설, 미국산 소고기 수입, 성수 사드 배치 당시 괴담과 그 피해, 그리고 이에 맞섰던 전문가들을 재조명하는 특집이 눈에 띄었다. 신문의 얼굴인 종합 1·3면에 연속해 실어 관심도를 높였는데,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20년째 舊도심을 新명소로.. 도쿄는 오늘도 공사중>(7월 4일 자 A1면)을 비롯한 ‘엇갈린 韓·日 도심 개발’ 시리즈도 흥미롭게 읽었다. 이런 특집을 준비하려면 품이 많이 들겠지만, 종이 신문이 다른 매체와 차별성을 가지려면 심층적인 특집 기사가 많아야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 <[社說] 어려운 수능 내고 문제집 팔아 돈 벌고, 입시 카르텔 깨야 한다>(6월 22일 자 A35면)처럼 입시 카르텔을 깨야 한다는 주장에는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그러나 킬러 문항이 제외되면 사교육이 감소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드물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7월6일 자 A6면)과 염재호 태재대 총장(7월 8일 자 A4면)의 수능에 대한 인터뷰로 보충되었지만, 사교육의 근본 원인인 서열화된 대학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부족해 아쉬웠다. 아울러 대형 입시학원 세무조사를 한다는데, 어떤 사안에 대해 대통령 지시가 있으면 바로 관련 기업을 세무조사 하는 일은 과연 적절한가. 이런 관행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 <논술·내신도 ‘킬러 문항’ 없앤다>(6월 27일 자 A1면) 등 킬러 문항 논쟁이 많았다. 이 논쟁은 교육 문제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사교육 카르텔’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제기된, 상당히 정치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지나치게 교육부 입장을 대변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킬러 문항이 문제가 된다면 당초 왜 그것이 있었는지에 대한 구조적 원인을 밝히지 않은 채, 그냥 없애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김창균 칼럼]강남 좌파 ‘킬러 문항’ 이중성 제대로 겨누긴 했는데>(6월29일 자 A34면)는 균형된 시각을 보여주었다.

[학력평가]

- <文 정부 때 전수평가 폐지 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늘었다>(6월 22일 자 A12면)는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 정치적 낙인찍기에 급급한 것 같다. 그래프를 보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급증한 것은 2017년부터가 맞지만, 그해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효과 때문에 곧바로 미달 학생 비율이 크게 늘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최근 들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학력 저하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외국 연구도 비슷하게 나온다. 교육 문제를 직시하기보다 정치적 해석에 치중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교육에 대한 코로나 영향이 어떤 계층·지역·집단에 더 심각하고, 학생 피해를 줄일 방안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 <죽어도 끝나지 않는 성범죄 단죄.. 엡스타인과 거래 3700억원 배상>(6월 14일 자 A1·5면)은 성범죄자 엡스타인이 사망한 지 4년이 지났는데, 그의 성범죄 사실을 알고도 계좌를 유지한 JP모건이 거액의 배상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은 권력형 성범죄를 저질러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건과 대비된다. 이와 관련, 가해자가 사망하면 수사가 중지되는 현 수사 관행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피의자의 사망은 처벌의 장애 사유이지 수사의 장애 사유는 아니다. 박 전 시장의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을 압수해 포렌식하면 많은 것이 나올 텐데, 모든 것이 중단됐다. 그의 사망 이후 수사가 더 진척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 <6년차 방글라데시 직원, 공장장 승진... ”요즘은 많이 있어요”>(6월 13일 조선닷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었다. <합법은 지원, 불법은 엄단.. 獨, 이민자 ‘투트랙 전략’>(7월 3일 자 A2면)은 독일 사례를 통해 균형 있는 해외 이민 케이스와 함께 우리 이민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외국인 노동자 수급 및 이민 정책에 대한 기사가 많아져야 한다.

[태양광]

- <원전 대비 4배 비싼데, 태양광 무조건 사주는 한전>(6월 12일 자 A1·8면)은 원전 대비 4배나 비싼 태양광 전력 구매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비판하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태양광 전력을 구매하지 말자는 취지인지, 아니면 태양광 전력도 원전 가격만큼만 지급하자는 것인지 모호하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또 현재 원전 원가는 폐기핵연료 처리 비용이 산입되지 않은 만큼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 <새 시중은행·인터넷은행 풀어.. 20년 ‘은행 카르텔’ 깬다>(7월 6일 자 A4면)는 은행 산업의 신규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을 늘린다고 해서 5대 은행의 과점 체제로 인한 부작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물 안 경쟁’으로 국민이 잃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외국 상업은행들과 비교해 본격적으로 다루면 좋겠다. 우리나라 은행은 대표적인 내수 서비스 분야이기 때문에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 분야 혁신 방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 <주가·집값·월급 모두 들썩.. ‘30년 침체’ 일본이 뜨겁다>(6월 23일 자 ‘위클리 비즈’ B7·9면)는 일본 경제가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겨있다. 주가가 급등하고, 올 경제성장률이 우리나라보다 앞설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일본 언론은 매우 냉정하다. 일부 대기업만 임금을 올렸지 중소기업으로 확산이 안 되고, 기업 투자 기조도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들을 감안해 일본 경제 호황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예술 지원]

- <[광화문·뷰]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둘 다 없애라>(7월 8일 자 A27면)가 다룬 내용은 공무원들은 못 하고, 선출직들은 안 하는 이야기다. 문화 예술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크지 않지만 개별 창작자들에게 지원하는 게 많은 것이 문제다. 지원이라는 당의정에 길들여져 활력과 자생력을 잃어버린 예술계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건, 현재 언론뿐이다.

-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인위적 개입.. 특정 언론사 순위 낮춰>(7월 1일 자 A2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 개입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이다. 네이버가 대형 언론사의 영향력을 평가할 때 기존 ‘합산 방식’에서 대형 언론사 소속 매체별 ‘개별 평가 방식’으로 변경해 인기도 상위권에 있던 많은 대형 언론들이 검색 노출에서 뒤로 밀렸다고 여당은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기존 방식이 대형 언론사에 유리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해당 기준이 타당한지와 새로운 평가 방식이 ‘조작’에 해당하는지 논의는 기사에 없다. 포털의 뉴스 알고리즘을 비롯해 언론사의 인기도 평가 방식을 포함한 논란을 종합적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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