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LB 드래프트라면, 이 선수 못봅니다”… 美 좁아지는 ‘기회의 문’ 논란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올해 신인 드래프트가 지난 11일(현지 시각) 마무리된 가운데, 이와 관련해 ‘기회의 사다리’가 줄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 대학이 신입생 선발 때 적용해온 ‘소수 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최근 위헌 판결을 받아 불거진 논란과 유사한 논쟁이 스포츠계에서 벌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예년에 비해 뽑는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든 MLB 드래프트가 예전과 같은 ‘마법의 인재 육성’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선발한 뒤 키워내는,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식의 깜짝 스타는 앞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드래프트는 매년 고졸·대졸 신인 선수를 MLB 30구단이 돌아가며 뽑는 절차다. 라운드별로 전년 순위가 낮은 팀부터 순서대로 1명씩 선수를 뽑는다. 작년에 못했던 팀에 뛰어난 신인을 뽑을 수 있는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1라운드에서 가장 우수한 선수들을 각 팀이 1명씩 우선적으로 뽑고, 그다음 라운드에서 차순위 선수들을 뽑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20라운드까지 올해 총 614명(추가 보상 지명 포함)이 선발됐다.
MLB 초창기 무제한 라운드로 시작한 드래프트는 50라운드, 40라운드 시절을 거쳐 결국 20라운드까지 줄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40라운드로 올해의 2배를 뽑았는데, 코로나 여파로 2020년 5라운드로 줄고 2021년부터는 20라운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많은 선수들을 뽑지 않아도 되니, 선수 육성 부담 등이 줄어든 셈이다. 사실상 성공이 보장된 선수들만 고르면 되니 선발의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반면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선수들과 팬들은 ‘숨은 진주’가 빛을 볼 기회가 원천적으로 사라지게 됐다며 불만이다. NYT는 라운드를 대폭 줄인 드래프트에 대해 “마법의 기회가 무자비한 효율로 트레이드된 셈”이라고 했다. 예전 사례를 봐도 20라운드 이후에 뽑힌 선수들에서 ‘마법’ 같은 성장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케빈 키어마이어는 2010년 드래프트에서 31라운드 전체 941순위로 프로가 됐다. 그럼에도 그는 세 번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지금까지 받은 연봉이 6000만달러(약 770억4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채스 매코믹(2017년 21라운드)과 마틴 말도나도(2004년 27라운드) 역시 20라운드 이후에 지명됐다. 우리나라에선 박찬호의 포수로 잘 알려진 마이크 피아자는 1988년에 62라운드 1390순위로 선발됐지만,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대선수가 됐다. NYT는 영화 덤앤더머의 대사를 인용해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과 기회가 전혀 없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수십 명의 현직 메이저리거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라운드(20라운드 이후)에서 뽑힌 선수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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