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지나도 눈 몰리거나 자주 찡그리면 진료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 우리 아이 건강 상담 주치의] 어린이 사시
“아이가 저를 안 보고 딴 곳을 보는 것 같아요.”
이런 증상이 있으면 ‘어린이 사시’를 의심해야 한다. 사시는 두 눈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거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사시로 진단받는 사람은 전 국민의 2% 정도다. 사시를 출생 후 초기 몇 년 동안 바로잡지 못하면 평생 두 눈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눈의 모양과 기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일찍 발견하고 치료한다면, 조금 더 완전한 치료를 할 수 있다.
백일 된 아이가 부모와 두 눈을 잘 맞추고 관심 있는 물건을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사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 전까지 가끔 사시 증상이 있었더라도 눈이 발달하면서 나아진 것이다. 원래 동양인 아이들은 마치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사시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눈썹 사이가 넓은 편이라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이런 경우 눈에 불빛을 비춰보면 된다. 두 눈 모두 검은자위 가운데 빛이 맺히면 정상이다.
다만 백일 이후에도 가끔씩 눈이 안으로 많이 몰리거나, 한쪽 눈이 다른 곳을 보는 것처럼 멍한 상태가 종종 보인다면 사시를 의심해야 한다. 한쪽 눈만 위로 올라가는 경우도 정상은 아니기 때문에 유심히 봐야 한다.
외사시는 지켜보다가 수술
한쪽 눈이 바깥쪽으로 돌아가는 ‘외(外)사시’는 시력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므로 치료가 아주 급하지는 않다. 외사시는 피곤하거나 졸리거나 울 때, 멍하니 딴생각을 하고 있을 때 보인다. 주로 먼 곳을 볼 때 잘 나타난다.
그런데 외사시가 가까이서 마주 보고 대화할 때도 보이면 증상이 나빠진 것이다. 이럴 땐 아이가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불을 켜거나 밝은 곳으로 나갈 때 눈부심을 호소하거나, 한쪽 눈을 자주 찡그릴 수도 있다.
외사시를 치료하려면 수술해야 한다. 저절로 좋아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 겉으로 표시가 많이 나거나 아이가 눈 모양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등 문제가 된다. 아이가 돌도 되기 전인데도 항상 외사시인 상태일 정도로 심하다면 바로 전문의를 만나 진료받아야 한다.
내사시는 서둘러 치료를 시작해야
눈이 안으로 몰리는 ‘내(內)사시’는 누가 봐도 확실할 정도로 증상이 나타난다. 정상인지 아닌지 구별이 어렵지 않다. 돌 전에 심한 내사시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돌이 지나면서 가끔씩 눈이 안으로 많이 몰리는 모습이 보이다가, 2~3세가 되면 항상 내사시인 상태로 자리가 잡히기도 한다.
내사시는 어릴 때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방치하면 기본적인 시력은 물론, 사물의 입체감을 느끼는 능력인 ‘입체시’ 발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돌이 되기 전인데도 항상 내사시 상태라면 심각한 것이므로 더욱 빨리 치료해야 한다. 먼저 안경으로 교정해 보고, 치료가 안 되면 수술이 필요하다.
상사시는 고개를 기울인다
한쪽 눈이 위로 올라가지 않거나, 특정 상황에서 한쪽 눈만 위로 올라가는 ‘상(上)사시’도 흔하다. 눈 모양이 이상한 것 외에도, 대개 돌 전부터 아이가 뭔가 집중해서 볼 때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거나 돌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위아래로 어긋난 눈을 맞춰 보려고 고개 위치를 맞추는 것이다. 백일 이후에 시력이 어느 정도 발달하고 고개를 가누게 되면서 증상이 시작되는 점, 뭔가를 보려고 할 때 고개의 기울임이 심해지는 점 때문에 목 근육 이상에 따른 고개 기울임과 구별할 수 있다. 치료는 사시 수술이다. 가능하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가 치료받아야 두 눈을 편하게 쓸 수 있고 고개도 바로잡을 수 있다. 부모들은 아이의 눈을 한 번 더 확인해 봐야 한다.
사시가 생긴 아이들은 그게 정상인 줄 알고 적응해서 살아간다. 그게 지속되다 자리가 다 잡히고 나면 근본적인 치료도, 완치도 어렵다. 아이가 예쁘고 바른 모양의 두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상이 있다면 빨리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
김성준 서울대 어린이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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