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CEO, 취미는 별 보기...초신성 105개 찾은 ‘아마추어 천문학자’
지난 5월 19일 지구에서 2100만 광년(1광년=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9조4608억㎞) 떨어진 큰곰자리 근처 ‘바람개비 은하’에서 밝은 빛이 관측됐다. 수명을 다한 별이 마지막 에너지를 뿜으며 폭발하는 초신성이었다. ‘SN2023ixf’라는 이름이 붙은 이 초신성은 지난 5년간 발견된 초신성 중 지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만큼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SN2023ixf를 처음 관측한 인물은 일본의 이타가키 고이치(76). 별 관측이 취미인 아마추어 천문학자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최신호에서 천문학계의 유명 인사인 이타가키를 집중 조망했다.
그는 지금까지 최소 105개의 초신성을 관측했고 수십 편의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초신성 발견 발표에서 그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다 보니, 학계에서는 그를 ‘수퍼노바 헌터(Supernova Hunter)’ ‘미스터 수퍼노바(Mr. Supernova)’라 부른다. 앤드루 하웰 미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초신성을 관찰한 관측자 중 한 명”이라고 했다.
◇직업은 CEO, 취미는 ‘천문관측’
이타가키는 어린 시절부터 우주 관측에 관심이 많았다. 1963년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혜성을 발견해 일본을 떠들썩하게 한 19살의 일본 아마추어 천문학자 이케야 가오루를 보며 꿈을 키웠다. 그는 “중학교 때 용돈으로 산 수제 망원경 키트로 달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15㎝ 직경의 망원경을 구입해 20세에 처음 혜성을 발견했다. 이타가키는 지금도 60년 전 이케야의 업적이 실린 당시 신문을 스크랩해 액자에 걸어두고 있다.
이타가키는 일본의 제과회사 최고경영자(CEO)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아버지가 운영하던 제과회사에 취직한 그는 CEO가 된 뒤 땅콩이나 캐슈넛, 아몬드를 한입에 털어 먹을 수 있도록 낱개 포장한 ‘미니팩’을 개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60세가 되자 회사를 아들들에게 물려주고 본격적인 취미 활동을 시작했다. 사업을 통해 번 돈을 우주 관측에 투자했는데, “집 한 채 금액은 투자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타가키는 별 관측을 위해 일본 야마가타의 언덕 부지를 임대해 작은 개인 천문대를 지었고, 이후 일본 오카야마와 시코쿠에 각각 천문대를 더 만들었다. 그는 “중학교 때 오두막에 큰 망원경을 놓고 사는 삶을 꿈꿨는데, 결국 그 꿈을 이룬 것”이라고 했다.
◇멈추지 않는 ‘미스터 수퍼노바’
이타가키가 초신성 관측을 이어가던 2004년, 지구에서 7700만 광년 떨어진 살쾡이자리에서 초신성처럼 밝게 빛나는 별을 발견했다. 이타가키는 이 별의 변화를 기록했고, 2년 후 이 별은 실제로 초신성으로 변했다. 이전까지 초신성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라 여겼지만, 이타가키의 발견으로 초신성에도 ‘전조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처음으로 알려진 것이다. 하웰 교수는 “이타가키의 관측은 초신성에 대한 이해를 크게 변화시켰다”고 했다.
이타가키는 지난 2018년 기존 초신성과 성질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초신성을 발견하는 등 왕성한 관측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이언스는 “그가 발견했던 초신성들은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지만, 이타가키는 지금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계인 안드로메다로 눈을 돌려 또 다른 초신성을 찾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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