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52] 망국의 위기
궁궐의 높은 섬돌에 앉아 있는 이는 임금이다. 그러나 국권을 빼앗기고 적군에게 붙잡혀 ‘계단 밑의 죄수(階下囚)’로 나앉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 그 사람 심정은 어떨까. 참담하다 못해 살아 있음이 부끄러울지 모른다. 오대십국(五代十國) 때 남당(南唐) 황제로 있다가 북송(北宋)에 패해 포로로 살며 그 경우를 겪은 이가 이욱(李煜)이다. 그는 임금이라기보다 천재 시인이라고 할 정도로 문재(文才)가 아주 빼어났던 인물이다.
그 심정을 읊은 사(詞) ‘우미인(虞美人)’이 전해진다. 덧없는 세월을 한탄하며 지난 일을 떠올리다가, 잃어버린 제 나라가 있는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오자 ‘달빛 속 내 나라 쪽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겠다(故國不堪回首月明中)’고 적는다. 이 구절은 요즘도 중국인의 일상 대화에 심심찮게 오른다. 제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을 아예 잃거나 귀속(歸屬) 장소를 상실한 사람들이 곧잘 입에 올리는 말이다. 그러나 원전(原典)의 뜻을 살리자면 나라를 빼앗긴 경우가 가장 적합하다.
중국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가 최근 이 구절을 공식 연설에서 사용해 화제다. 그는 분명히 중국의 위기감을 언급하며 공산당이 망하고, 국가가 무너지는 망당망국(亡黨亡國)의 절박함을 입에 올렸다. 그런 위기의식이야 탓할 게 없다. 단지 위기를 자초한 공산당의 국정 운영 능력이 슬쩍 빠졌다는 점을 제외하고선 말이다. 그렇듯 중국은 위기 등을 미리 언급하는 데 능하다. “평안한 시절에도 위험을 생각하자”는 거안사위(居安思危) 식의 오래된 문화 심리다.
이욱의 우미인은 이렇게 맺는다. ‘내 슬픔이 얼마인 줄 아시는가? 마치 강을 가득 채운 봄물이 동쪽으로 흘러가는 듯…(問君能有幾多愁? 恰似一江春水向東流).’ 날 풀려 크게 불어난 봄물과도 같은 우환이 닥칠 것인가. 중국의 위기가 깊어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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