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부산 월드엑스포, 이미 절반의 성공?
11월 행사 유치 성공으로 나머지 절반까지 채워야
박재욱 신라대 행정학과 교수
요즘 부산 시민 눈에 부쩍 자주 띄는 건 서양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낯선 풍경은 아니었지만, 팬데믹이 사그라지는 덕분이라고 보기에는 그들 관광객 수의 증가가 심상치 않다. 외양이 우리랑 비슷한 대만인이나 일본인들이 외국인 관광객의 다수를 차지한다면 실제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시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러한 외국인 관광객 수의 폭증은 단지 체감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BC카드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지난 1~5월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9만 명의 국내 가맹점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결제 금액은 전년 동기보다 1092% 증가했다. 전국 평균(569%)의 배에 가깝다. 서울 706%, 제주도 283%에 비해서도 부산은 아주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인다. 부산관광공사 자료 역시 지난해 1~4월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6만4537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동 기간 42만3140명으로 6.5배 늘었다고 한다. 특히 올해 들어 매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은 16만32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1% 증가했다. 우리나라를 찾은 전체 외국인 증가세 594%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적인 별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 초고령사회 1호 진입 도시 부산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팬데믹 이후 늘어난 해외 관광수요의 결과라 보기에는 부산에 몰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집중 현상이 단순히 설명되지 않는다. 월드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 확정에 앞서 사전 효과가 이미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군 이래로 ‘부산(Busan)’이라는 도시 이름이 요즘처럼 전 세계적으로 회자된 적이 있었던가.
우리 부산이 2030년 월드엑스포 개최지로 확정될 경우 예상될 수 있는 국제적, 사회경제적 효과는 단순히 외국 관광객 수 증가에만 그치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도시브랜드 제고, 외국 투자유치 증가, 관광 및 산업 효과는 아무리 기대해도 그 이상의 성과를 가져오리라 믿는다. 월드엑스포 유치 과정을 통해 유치 결과와 무관하게 월드엑스포를 치를 수 있는 도시, 세계도시 부산의 발전 잠재 가능성과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객관적인 평가 결과에도 이미 반영되고 있다. 지난 25일 세계적인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세계 173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분석한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수’ 보고서에서 부산을 아시아 6위로 선정했다. 부산은 지난해 10위권에도 들지 못했지만 올해는 오사카 1위, 도쿄 2위, 싱가포르 3위, 서울 4위, 홍콩 5위를 이어 아시아권에서 특별히 ‘주목받는’ 도시로 급부상하는 ‘퀀텀 점프’를 성취해 냈다. 그뿐인가. 135년 역사의 세계적인 지리·문화 관련 유명 저널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23년 숨이 막히도록 멋진 여행지와 체험 장소 25곳’ 중에 아시아 도시 중 ‘유일하게’ 부산을 선정했다. 이외에도 전 세계 주요 외신과 해외 매체들이 부산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활발히 소개하기에 바쁘다. 이는 정부와 부산시의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교섭·홍보 활동, 부산국제영화제, BTS의 월드엑스포 유치 기원 부산콘서트 등을 통해 부산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다방면으로 홍보한 성과라 자평할 수 있다. 여기에다 사우디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와 격렬한 유치전을 겪으면서 부산이 충분히 그들과 겨룰 만큼 글로벌 매머드 행사를 치를 도시 역량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도 큰 수확이자, 시민에겐 큰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부산은 월드엑스포 유치 이전에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오만일까.
월드엑스포 유치전의 또 다른 의미는 부산이 본격적인 세계도시로 비약하기 위한 전초전이란 점도 빠뜨릴 수 없다. 전 세계 이목이 쏠렸던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새롭게 정비된 한강과 발전된 서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서울이 올림픽 이후 글로벌 도시로 빠르게 성장했던 과거를 우린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40년이 가까운 시점에서 부산은 월드엑스포를 통해 그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다.
우리는 2030부산월드엑스포가 가져다줄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바탕으로 부울경을 한 묶음으로 한 메가시티의 미래도 꿈꾼다. 5년마다 열리는 등록엑스포는 행사 기간이 길어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경제적 효과가 훨씬 높다는 게 중론이다. 부산은 개최지 선정은 물론, 성공적인 월드엑스포 개최를 통해 부산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한국 경제 제2 성장축의 핵심으로 만드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부산이 좋다(Busan is good)’란 시정 구호에 앞서 부산이 부산답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 스스로 부산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며, 좋아해야 한다. 그래야만 올 11월 월드엑스포 유치지 최종 결정으로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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