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매달 41곳씩 문 닫았다

신수지 기자 2023. 7.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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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종합건설사 폐업 248곳… 12년 만에 최고치

지난 5월 아파트 브랜드 ‘해피트리’로 잘 알려진 중견 건설사 신일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전북 전주에서 1985년 설립돼 업력이 40년 가까이 되는 신일은 현재 시공능력평가는 113위이지만, 한때는 50위권까지 올랐을 정도로 지방 건설업계에선 ‘강자’로 통했다. 작년부터 미분양 증가로 자금난에 빠졌던 신일은 결국 지난 4월 울산에서 분양한 ‘온양발리 신일해피트리 더루츠’가 93가구 분양에 청약 접수가 6건 그치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공사대금 미수금만 286억원이 쌓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 정도 체급의 중견 회사가 무너졌다는 건 지방 중소 건설사 다수가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가파르게 늘면서 공사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한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법정관리와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문을 닫은 종합건설사 수는 248곳으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온기가 돌기 시작한 수도권과 달리, 여전히 대규모 미분양에 시달리는 지방 중소 건설사들 사이에서 줄도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매달 41곳씩 폐업…하반기도 줄도산 우려

1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의 폐업 공고 건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종합건설사 폐업 건수는 총 248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150건)보다 65% 증가했고,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던 2011년 상반기(310건) 이래 12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건설 시장은 크게 발주자와 원도급자, 하도급자로 구분되는데, 이 중 종합건설사는 원도급자에 해당한다. 하도급자에 해당하는 전문건설업체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모두 362건으로 한 달 평균 30건 수준이었으나, 올 상반기는 월평균 폐업 건수가 41건으로 늘었다. 지난달 53곳이 폐업 신고를 했고, 이 중 부산·경남 지역에서만 대수종합건설, 병산종합건설 등 13곳이 문을 닫았다.

중견 건설사들 중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곳들도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줌(ZOOM)’을 보유한 대창기업(109위)은 지난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범현대가인 에이치앤아이앤씨(133위)도 지난 3월부터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들어 중소 건설사들의 법정관리와 폐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 미분양 급증으로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PF 시장까지 얼어붙어 자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자,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지방 건설사 막다른 골목에

업계에선 하반기에도 지방 중소 건설사 도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방 분양 시장이 좀처럼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전국 미분양 6만8865가구 가운데 84.3%에 달하는 5만8066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 건설사들은 신규 분양 1~2건만 실패해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새마을금고에서 PF 부실 우려에 따른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소 건설사의 자금 조달 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 건설사들은 주로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역 경제 위축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방 아파트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구·세종·경북·경남 등은 지역내총생산에서 건설투자가 20% 이상을 차지한다”며 “정부가 미분양 주택에 대한 거래세 인하나 임대사업자로의 소유 이전을 장려하는 다양한 대책을 세워 적체된 지방 미분양 물량을 최대한 빨리 흡수해야 한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할인분양과 같은 건설사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대구 등 미분양이 심각한 지역을 ‘위축지역’으로 지정해 각종 세부담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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