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핵융합에너지 대량 생산”… ‘인공태양’ 뜰 날 머지 않았다
10∼14일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핵융합공학학회2023(SOFE2023)’에선 핵융합에너지 개발이 본격화하며 달아오른 산학계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옥스퍼드대 시험본부 한 개 동을 모두 사용한 이번 행사는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하기도 전인 이른 아침부터 산학계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친환경 미래 에너지로 여겨지는 핵융합은 에너지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고 폭발 위험이 없어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한국 연구자는 “핵융합 발전 동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개최 30년을 맞은 이 행사는 올해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열린 두 번째 학회다. 26개국에서 약 700명이 참석했다.
● 최대 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 ITER “순항 중”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려면 1억 도 이상 초고온 상태의 플라스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이온 상태)가 필요하다. 태양은 자체 질량과 중력으로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를 스스로 만들지만 지구에서는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핵융합 발전을 주도하는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그동안 실험실 수준에서 머물렀던 핵융합에너지 생성이 이제 상용화를 위한 실증 단계에 임박했다고 말했다. 이언 채프먼 영국원자력청(UKAEA) 최고경영자(CEO)는 개막식 인사말에서 “현재 핵융합에너지 발전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화두는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과 경제적인 운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핵융합 발전은 이제 산업계와 강력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실험장치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이번 행사에서 건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플라스마를 가두는 진공용기의 열 차폐막이 당초 설계했던 수치와 맞지 않게 제작되고 부식에 취약하다는 결함이 발견됐지만 최종 목표인 2035년 대량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계획에는 차질이 없다는 설명이다.
10일 ITER의 개발 현황을 소개한 캐서린 매카시 미국 ITER 책임자는 “부품 결함은 대규모 장치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며 2035년 예정된 중수소와 삼중수소(DT) 융합을 통한 에너지 생성 실험 일정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결합시켜 핵융합을 일으키는 일명 ‘DT 실험’의 성공은 사실상 무한한 자원인 바닷물에서 에너지 생성원을 얻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 UKAEA 새 실험장치 구상 완료
ITER가 구축되기 전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실험장치였던 제트(JET·Joint European Torus)를 운영하는 UKAEA도 차세대 설비를 새롭게 선보였다. 최근 제트의 뒤를 잇는 스텝(STEP·Spherical Tokamak for Energy Production)의 구상도 마무리 단계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스텝의 건설 방향을 소개한 폴 메스번 UKAEA 스텝개발국장은 “스텝은 개발 과정부터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한다”며 “완성된 후에는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를 이루는 능력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UKAEA에 따르면 스텝은 ‘지속가능한 핵융합에너지 생성 장치’를 목표로 한다. 가동에 필요한 연료를 자급자족하는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핵융합 실험·실증을 표방하는 것도 특징이다. 기존에 개발된 기술을 실증하는 실험과 새로운 기술을 검증하는 실험이 모두 이뤄진다.
초고온 극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핵융합 실험을 견디는 데 적합한 소재를 찾는 UKAEA의 최신 연구가 스텝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영국 노팅엄셔주 북부 석탄발전소 부지에 건설될 스텝은 2050년 시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은 “국제학계와 선진국들은 가까운 미래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를 확신하며 기술 선점에 분주하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실험장치인 ‘케이스타(KSTAR)’를 보유한 한국도 기술 경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기민하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핵융합에너지 |
핵융합은 중수소와 삼중수소 같은 가벼운 원소의 원소핵들이 결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하며 에너지를 방출한다. 태양이 열을 내는 원리와 유사해 ‘인공태양’이라고도 불린다.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무거운 원소를 쪼개 에너지를 내는 핵분열을 통한 원자력 발전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약 1kg의 연료로 1000만 kg의 화석 연료와 맞먹는 에너지 생산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
옥스퍼드=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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