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전염된 緩着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7. 14. 03:01
24강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안성준 九단 / 黑 쉬자위안 九단 흑>
白 안성준 九단 / 黑 쉬자위안 九단 흑>
<제4보>(47~57)=’대국 호흡’이란 게 있다. 마주 보고 앉아 콧김 교환하며 싸우는 대면(對面) 대국에선 이성(理性)만 작동하지 않는다. 치열히 대립하면서도 운영 리듬을 안 놓치려고 은연중 적과 보조를 맞추기도 한다. 상대의 한 수, 한 수를 거울처럼 보며 대응 수위를 정하는 것이 그들의 대국 호흡법이다.
백이 △에 뛴 장면. 47이 느슨했다. 최규병 9단이 제시한 대안은 참고 1도 1의 붙임. 이하 7까지 예상되는데 흑이 실전보다 두텁다. 바로 그 순간 백에게서도 48이란 소극책이 나왔다. 누가 봐도 참고 2도보다 못한 수. 상대의 느린 보폭에 ‘전염’된 대국 호흡의 한 예다.
50은 하중앙 흑을 노리는 압박 전술로 참고 3도 1~6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흑이 걸려들지 않고 51로 한 칸 뛴 수가 좋았다. 52~54의 변화는 이제 필연. 55, 56으로 각자 힘을 비축하더니 노리던 57이 놓였다. 자신의 약점을 무릅쓰고 적을 차단 공격하겠다는 선전포고다. 공기가 다시 험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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