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소유보다 존재, 성공보다 성실

경기일보 2023. 7.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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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초빙교수 및 교목

학창시절 성적이 우수해 받는 우등상이 부러움의 대상이었으나 학교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해야 받는 개근상도 매우 가치가 있었다. 성실함의 상징인 개근상이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개근 거지’라고 놀림감이 된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여행을 떠나는데,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여행을 목적으로 체험학습 신청을 못하는 학생들은 가난한 아이로 치부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모인 놀이터에서까지 거주지에 따라 수많은 ‘거지’가 유통되고 있다. 전거지(전세거지), 월거지(월세거지), 반거(반지하거지), 빌거(빌라거지), 엘사(엘에이치 사는 거지), 휴거(휴먼시아 거지), 주거(주공아파트 거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돈이 많고, 자산을 더욱 축적하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천민자본주의와 싸구려 성공주의의 표출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성공과 성장, 내·외형을 크고 화려하게, 내 몸집을 더욱 확장하는 것에 혈안이 돼 성공 열망을 분출하며 성공하는 꿈을 꾸고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사업이 잘되기를 꿈꾸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을 꿈꾼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꿈꾸고, 좋은 집을 사는 것을 꿈꾼다. 사람마다 꿈의 대상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는데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성공과 성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몰입하게 되면 성실함과 신실, 혹은 충성이 폄하되거나 상실될 위험이 있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소유의 실존 양식과 존재의 실존 양식을 비교한다. 소유적 실존 양식은 경제적 부와 값에 따라 등급을 매기며 돈과 물질,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면서 타인을 지배, 억압, 착취하게 된다. 지식에 있어서도 ‘보다 많이’ 아는 것이 구심점이기에 생각과 이해 없이 내용과 줄거리를 암기한다. 또 종교에 대해서도 맹목적으로 믿고 복종하며 지도자를 우상처럼 여긴다. 소유의 실존 양식은 다분히 성공을 소유하기 위해 얽매이며 주먹을 꽉 쥔 느낌이다.

반면 존재적 실존 양식은 많은 소유가 아닌 풍요로운 존재가 목적이며, 자기 능력으로 소통하면서 타인과 공존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긴다. 지식에 있어서도 ‘보다 깊이’ 알고자 하는 것이 구심점이며 과거 학습 내용과의 연상을 통해 생각하고 이해한다. 특히 마음가짐과 행동 변화에 관심하고 능동성과 독립과 자유, 비판적 이성을 중시하기에 내면에서 만들어진 활동적인 삶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흘러나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게 된다. 마치 손을 쫙 펴고, 손가락들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스며드는 것처럼 지속적인 변화와 새로움이 흐르는 느낌이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기록된 요셉은 꿈을 꾸는 사람이었지만 적극적으로 성공을 위해 분투한다거나 총리가 되겠다고 권모술수를 쓰지도 않았다. 요셉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에 전심을 다하고 진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보디발의 집에 노예로 팔려갔을 때도 노예의 일에 성실했다. 모함을 받아 감옥에 갇혔을 때도 주어진 일에 정성을 다했고, 간수들의 신임을 얻었다. 성실함을 통해 이집트의 총리가 된 다음에도 일관되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요셉 이야기의 백미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형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한 일이다. 요셉은 존재적 실존 양식으로 살았기에 타인을 권력으로 억압하고 지배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포용하고 사랑하며 용서할 수 있었다.

소유가 아닌 존재의 실존 방식으로 더 큰 성공을 위해 분투하기보다 겸손히 정성을 다해 주어진 일에 성실할 때 비로소 인생의 바른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세상으로 흘려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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