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 사회의 아킬레스건, 포퓰리즘

2023. 7. 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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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틀어막고 나랏빚은 '눈덩이'
포퓰리즘에 정치도 경제도 질식
그리스 총선이 보여준 희망처럼
'포퓰리즘 망령'에서 탈출 가능
실사구시로 국가 도약 도모할 때
박종구 초당대 총장

한국 경제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1.5%로 하향 조정했다. 우려하던 ‘상저하저(上低下低)’의 성장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여야 타협정치가 실종돼 포퓰리즘이 정치, 경제 등 한국 사회 전반을 질식시키고 있다.

‘타다 불법화’는 왜곡된 포퓰리즘이 낳은 기형아다. 대법원은 최근 승합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영업을 합법으로 판단했다. 2018년 제한적인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형태로 출현한 ‘쏘카’는 택시업계, 시민단체, 정치권의 맹공에 관련 사업을 접었다. 한국형 우버를 지향한 공유 서비스 혁신은 실종됐다. 차량 공유 시장 창출을 통한 모빌리티 혁신은 사상누각에 그쳤다.

지난 20년간 144조원을 절감해 재정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사실상 종이호랑이가 됐다. 정치권이 정책적 면제 비율을 76%까지 끌어올려 중요한 투자사업이 예타의 엄중한 검증 절차를 벗어나게 됐다. 예타가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이 희석됐다.

3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확산된 재정 포퓰리즘이 경제 성장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지난해 국가채무와 재정적자는 각각 1067조원과 117조원을 기록했다. 추경 편성이 뉴노멀이 돼 지난 정부 5년간 10번의 추경이 통과됐다. 국가채무가 400조원 이상 급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책임감 있고 지속가능한 재정 운용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3%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긴축 재정이 불가피하다”며 결연한 건전 재정 의지를 밝혔다.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여러 국가가 만성적 경제위기를 반복적으로 겪는 것은 빈약한 재정 기반과 대중영합적 정책 때문이었다. 관리재정적자를 GDP 3% 이내, 국가채무비율을 GDP 60% 이내에서 관리하는 재정준칙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과 튀르키예만 재정준칙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방만 행태가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지난 3년간 총 42조6000억원이 불필요하게 지출됐다고 지적받았다.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정하는 방식으로 경제·사회 여건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 수는 매년 감소하는데 교부금은 자동적으로 증액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각종 기형적인 지출과 사업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교육 포퓰리즘이 심화되는 것이다.

포퓰리즘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한다.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당(민족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은 쿠데타로 집권한 불법정당이 아니었다. 1932년 총선에서 1당 지위를 확보했다. 1933년 1월 힌덴부르크 대통령은 히틀러를 총리로 지명했다. 2월 27일 독일의사당 방화 사건이 발생하자 히틀러는 이를 공산주의자의 소행으로 지목해 일대 탄압에 나섰다. 1차대전 이후 14년 동안 21번이나 정부가 바뀌었다. 초인플레와 과중한 전쟁 배상금, 바닥에 떨어진 민족 자존감으로 현실 도피 정서가 사회에 만연했다. 히틀러는 이를 이용했고 공산주의자와 유대인을 민족의 적으로 규정했다.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국민을 선동했다. 2차대전을 일으켜 인류를 재앙으로 몰았고 유럽을 초토화했다. 문제는 히틀러가 교묘한 선동적 수사와 포퓰리즘적 공약으로 총선에서 합법적으로 승리했다는 사실이다.

그리스의 최근 총선 결과는 포퓰리즘의 망령을 탈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도 우파 신민주주의당은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을 누르고 승리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시리자의 구호는 외면되고 감세정책, 연금·의료개혁 등을 제시한 우파 정당이 지지를 받았다. 한국도 상생과 공존의 정치를 펴야 한다. 미·중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고 일본의 반도체 부활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악의 저출산·고령화, 생산성 정체로 미래가 불투명하다.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아니라 실사구시적 국정 운영으로 국가 도약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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