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80년 사북항쟁 재심 무죄 환영

-본지 ‘폐광리포트’ 집중보도, 국가폭력 용인않는 사회돼야

탄광노동자 처우 개선에 나섰다가 계엄군에 끌려가 고문 조작에 의한 수사로 계엄군사법정에서 죄를 덮어쓴 4명에 대한 재심에서 43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이수웅 부장판사)는 어제(7월 13일) 포고령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처벌받은 오항규·진복규·양규용·박노연 4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30~40대였던 이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당사자와 유족 모두에게 43년간 옭아맸던 선동자의 멍에를 벗긴 판결이어서 환영합니다.

사북항쟁은 1980년 4월 21~24일 최대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광원과 가족 등 6000여명이 열악한 근로 환경과 기업 측에 반발해 사북읍 일대에서 벌인 총파업사건입니다. 당시는 계엄령 치하여서 참여했던 노동자와 가족들은 계엄군경에 의해 끌려갔습니다. 제1군 계엄사령부 지휘하의 ‘사북사건합동수사단’은 무려 200여 명을 강제 구금해 수사하면서 가혹한 고문과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계엄군법회의는 조작된 수사내용을 그대로 인정해 20여명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처벌하면서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모욕을 안겼습니다.

본지는 ‘다시 쓰는 폐광지역 리포트’를 7월 11일자 보도까지 총21회 심층 취재하면서 막장에서 일하는 탄광노동자 처우 개선에 나섰다가 선동자 꼬리표에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겪는 실태와 가족들이 냉대받는 실상을 알렸습니다. 군사법정에서 억울하게 죄를 덮어쓴 이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지역사회와 인권기관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가운데 비로소 무죄가 나왔습니다. 2015년 이원갑, 신경씨를 시작으로 21년 황한섭과 강윤호씨에 이어 이번에 4명을 포함해 재심을 통해 무죄로 인정된 사북항쟁 국가폭력 희생자는 8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번에 무죄가 선고된 이들의 당시 연령은 30~40대로 안타깝게도 2000~2010년대 모두 숨졌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유족이 제기한 재심에서 무죄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또다른 피해자 유족에게 용기를 돋울 수 있게 됐습니다. 1987년 민주화항쟁으로 인권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생전에 국가로부터 어떤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것은 가장 뼈아픈 지점입니다. 아직 또 다른 피해 유족이 있기에 정선군 지역사회의 남다른 관심과 지원을 통해 마지막까지 죄인으로 남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