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대형서점, 작아지는 문화공간
청구서적·데미안·중앙서적 등
전통 대형서점 폐업 잇따라
실태조사서 평창지역 서점 0곳
홍천 등 6개 시·군은 1곳 불과
도 지역서점 인증제 명암도
학습지 전문도매업 경쟁 과열
카페·작업실 겸 작은 서점 증가
2030 주인 비율 35%·전국 최고
독자 취향 세분화 트렌드 반영
강원도에 ‘서점 소멸지역’이 늘고 있다. 지역 독자들이 즐겨 찾던 대형 서점들도 재정난 등을 겪으며 하나씩 문 닫고 있다. 반면 2030세대 주인장이 있는 젊은 서점 비율은 강원도가 전국 최상위권으로 나타나 서점 트렌드의 변화가 뚜렷하다. 학습지 전문 업체의 경쟁과 독자들의 취향 세분화 등에 따라 서점 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역 문화공간의 최일선에 있는 서점의 변화상을 살핀다.
■ 이어지는 대형서점 수난사
최근 춘천의 대표 대형서점으로 꼽히는 광장서적이 최근 영업을 멈췄다. 송규철 춘천 광장서적 대표는 영업 종료 안내문을 통해 “24년 동안 책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사랑 받아온 광장서적은 6월 30일부로 부도 처리되었다”며 “올해 납품은 40%, 소매 매출은 30% 하락했다. 대출이자는 하염없이 오르고 매출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춘천의 100평 이상 대형서점은 춘천문고와 청년서점 두 곳만 남았다. 앞서 지난 5월 춘천문고 만천점, 2021년에는 데미안이 폐업했다. 2018년에는 열린문고 춘천점과 중앙서적이 영업을 중단했다.2000년대 있었던 춘천지역 서점 수난사가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1960년대 초에 개업해 40여 년간 운영해왔던 학문사는 2001년 문 닫았고 청구서적(1964년 개업)도 2006년 폐업했다. 영월 문명서점(1960년 개업)이 2004년, 홍천 중앙서점(1966년 개업)이 2006년 문을 닫았다.
업계에서는 지역 대형서점의 폐업 요인으로 전반적인 종이책 독서 인구 감소와 온라인 서점 이용 증가 외에도 학령인구 감소, 학습지 전문 도매업체의 과열 경쟁을 꼽고 있다. 전문 도매업체들이 학원 등을 대상으로 공격적 영업에 나서면서 일반 서점의 교재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지역서점 인증제를 통해 도매업체들도 인증 받아 일반 학교와 학원에 책을 납품하게 된 것이 일선 서점 경영 악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김건섭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춘천홍천조합 총무(홍천 열린문고 대표)는 “영서지역 최고의 서점으로 꼽히던 광장서적 폐업은 예견된 결과였다. 지역 도매상들도 납품할 곳을 잃게 돼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서점폐업에 따른 책 수요가 다른 서점으로 이동하지도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선 학교에서 온라인 대신 지역서점을 통해 책을 구매하는 방식 등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송규철 광장서적 대표는 안내문에 “고객님들이 지역서점을 더욱 사랑하고 성원해 주셔야 지역의 문화공간이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 젊고 작은 서점은 늘어
서점 폐업은 신간 도서를 경험하는 지역 문화공간이 축소된다는 위기감도 불러오고 있다. 대신 소규모의 작은 책방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해 전국 지역서점을 대상으로 최초 실시한 ‘2022 지역서점 실태조사’ 결과 평창은 경남 의령, 경북 봉화·청송·울릉, 인천 옹진 등 6곳과 함께 서점이 전무한 소멸지역으로 나타났다. 또 홍천·횡성·정선·양구·고성·양양은 서점이 1곳 뿐인 소멸위험 지역 30곳에 분류됐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7월 현재 강원지역에서 운영되는 서점은 91곳이다. 2020년 강원도 전수조사 당시 82곳 보다 9곳 많다. 대형 서점은 줄고 있지만 젊은 세대가 동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책방 운영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2022지역서점 실태조사에서도 이 부분이 눈에 띈다. 2030세대의 젊은 서점 주인 비율이 전국에서 강원도가 가장 높다. 강원지역 서점 주인 중 20대가 13.7%, 30대는 21.8%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국 평균(20대 8.5%, 30대 15.5%)을 훨씬 상회한다. 지역문화재단의 공간지원사업 확대로 소모임, 전시·공연·강의 등을 병행하는 작은 취미공간으로 활용되고, 주제나 취향에 따른 북 큐레이션을 하는 곳들도 늘고 있다.
홍서윤 춘천 책방마실 대표는 “카페나 작업실을 겸한 작은 서점들이 소폭 늘어난 감은 있다. 독자들의 취향이 점차 세분화 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대형서점에 비해 재고 부담이 적다는 점 때문에 작은서점 개업 문의를 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다”고 했다.
지자체도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마련, 매년 지원예산을 늘리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제정해 2021년 7600만원, 2022년 1억 1480만원, 올해 상반기 기준 7440만원(도비 및 시·군비 총액)의 도서관 서적 구입 예산과 경영컨설팅 비용을 지원했다. 지난 12일에도 지역서점 인증 심의위원회를 열어 신규 3건을 비롯해 총 53곳을 심의·인증, 도내 인증 지역서점은 87곳으로 늘었다.
시·군 차원에서도 서적 구입 등으로 지역 서점을 지원중이다. 춘천시의 경우 올해 도서구입 비 예산은 7억 원으로 지역서점 15곳에서 책을 구매하고 있다.
도문화예술과 관계자는 “2020년 강원지역 서점을 전수조사 했을 때보다 대형서점은 줄고 독립서점들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서적 소매업으로 등록된 업체 중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서점 등의 인증 조건을 충족하면 지역서점으로 등록할 수 있다. 제도 효용성 등에 대한 일부 이의 제기도 있지만 심의위원회를 통해 관련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김여진·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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