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퍼거슨, 살인의 눈빛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2000년대 중반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린 선수가 있다. 첼시 팬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이름 존 오비 미켈이다.
그는 노르웨이의 린에서 뛰다 200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입성했다. 그가 선택한 구단은 첼시. 미켈은 2006년 첼시로 이적해 2017년까지 11시즌을 뛰며 첼시 '황금기'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총 372경기 출전. EPL 우승 2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1회 등 총 18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당시 첼시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천하를 막은 유일한 대항마였다. 첼시 역사상 가장 강력한 멤버, 가장 강력한 포스,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한 시절이다.
첼시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누린 미켈. 이런 그의 놀라운 비화가 공개됐다. 미켈이 첼시가 아닌 맨유로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적설 정도가 아니라 맨유와 미켈은 이적에 '합의'를 한 상태였다.
선수 영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졌던 퍼거슨 감독이다. 당연히 미켈은 퍼거슨 감독이 원한 선수였고, 퍼거슨 감독과 맨유는 미켈 합류에 큰 기대감을 가졌다.
그런데 미켈이 소위 말하는 맨유 '뒤통수'를 쳤다. 합의를 했지만 최종 입단 사인을 한 클럽은 첼시였다. 첼시가 하이재킹에 성공한 것이다.
퍼거슨 감독과 맨유는 분노했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항의까지 했다. 진흙탕 싸움 끝에, 나온 결론. 미켈은 첼시의 선수가 됐다. 그리고 퍼거슨 감독과 맨유의 공공의 적이 됐다.
이런 엄청난 사건이 있은 후 EPL은 개막했고, 그 시간이 다가왔다. 첼시와 맨유의 맞대결.
라이벌전의 긴장감이 감도는 경기. 양팀 선수 통틀어 가장 긴장했을 선수는 당연히 미켈이었다. 그는 맨유가 무서웠던 것이 아니라 퍼거슨 감독이 무서웠다. 그 절대 카리스마 퍼거슨 감독이 어떻게 나올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켈은 그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미켈은 그때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야 말았다. 퍼거슨 감독의 '살인의 눈빛'을.
"맨유를 거부하고 첼시를 선택했고, 맨유와 첫 경기를 하는 날이었다. 나는 퍼거슨 경과 처음으로 마주쳤다. 나는 라커룸에서 나오고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코너로 나왔을 때, 퍼거슨 경이 나오고 있었다. 영혼이 나가는 것만 같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계단에서 발이 걸려 넘어진 것 같았다. 퍼거슨 경은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그냥 걸어갔다. 퍼거슨 경은 나에게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단지 껌을 씹으면서 그냥 걸어갔다. 그런데 잠깐 스친 퍼거슨 경의 눈빛은...살인의 눈빛이었다. 나를 죽이려는 시선이었다."
이후 시간이 꽤 흘렀고, 퍼거슨 감독과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미켈은 "이후 우리는 몇 번을 더 만났고, 그 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퍼거슨 경은 그 사건을 잊었고, 결국 나를 용서해줬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존 오미 미켈.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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