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물가 확실히 잡았다…美인플레 터널 끝 '연착륙 시나리오'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 7. 1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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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면-미국물가

미국의 지난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해와 전월대비 둘 다 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물가상승세 둔화가 명징해졌다. 전일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도매 물가까지 잡힌 것으로 나타나면서 긴축의 긴 터널이 끝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고용통계국에 따르면 6월 PPI는 전년에 비해 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월가 예상치인 0.4%보다 0.3%p나 낮았다. 전월 대비 전문가 예상치도 0.2%였는데 결과치가 0.1%였던 것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변동폭 역시 예상을 하회한 것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잡히고 있다는 의미다.

도매물가는 전년비를 기준으로 4월에는 2.3% 올랐고, 5월에는 1.1% 상승했다. 6월에 상승폭이 0.1%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내달에는 상승폭이 아닌 하락폭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기대가 가능하다. 고금리에 따른 위축은 잉여저축으로 인해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는 소비자물가보다는 생산자물가 측면에서 확실히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생산자들의 반응이 민감한 것이다.

헤드라인 PPI 외에 변동폭이 큰 에너지와 농산품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년비로는 2.4% 상승했고, 전월비로는 0.1% 올랐다. 직전월인 5월에 전년비 2.8%, 전월비 0.2%였던 것을 감안하면 근원 PPI 역시 둔화세가 분명하다. 6월 근원 PPI에 대한 전문가 예상치는 전년비 2.6%, 전월비 0.2%였는데 이 역시 실제 결과치가 하회했다.
파월의 다음 숙제는 근원 CPI와 PCE
파월
전일 발표된 6월 CPI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부담을 확연히 덜어냈다. 6월 CPI는 전월보다 고작 0.2% 상승하고 전년에 비해서는 3.0% 상승에 그쳤다. 5월의 4.0% 보다 1.0%p 떨어진 것은 물론 전문가 예상치였던 3.1%보다도 낮은 수치다. 인플레이션이 드디어 잡히고 있다는 명확한 결과다. 여기에 생산자물가도 저감추세가 완연해지면서 하반기 금리인상은 잘하면 7월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퍼진다. 하지만 근원 CPI가 4%대인 것은 확실한 부담이다.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이 물가지표로 비중을 높이 사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도 지켜봐야 한다.
이들을 저하시킬 근본 문제는 주택과 고용이다. 주택시장의 경우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가 잠겨있는 게 끈끈함의 원인이다. 기존 3% 안팎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이용하던 수요자가 더 큰집으로 옮기려면 7%대 고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때문에 웬만해선 이들이 살던 집을 팔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량은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반대로 주택구입을 원하는 신규 수요는 시장에서 매물을 찾지 못한 채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월세 수요만 늘면서 주거비 자체가 내려가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눌렸던 미국의 소비력이 폭발
A waiter serves food at a restaurant near Times Square in New York City, U.S., December 16, 2021. REUTERS/Jeenah Moon/File Photo
고용 역시 3년 가까이 묶였던 레저 및 관광, 호텔 접객업에서 수요가 폭발하면서 관련 산업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데 그 강력함의 에너지가 있다. 미국 경제의 절반을 소비가 차지한다. 달러 패권을 활용해 구매력을 높이고 내수시장에서 왕성한 소비로 버티는 미국과 시민 소비자들이 대면활동을 재개한 것이 서비스직 수요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셈이다. 탄탄한 고용은 단기적으로 긴축을 유발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와 정치의 근간이 된다.

특히 미국에서 내년에는 대선이 치러진다. 야당인 공화당이 부채한도 협상을 하면서 불요불급한 시혜책 예산을 동결시켰지만 막상 하반기에 침체기조가 보이면 정치권도 다시 포퓰리즘을 재가동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을 전까지 인플레이션둔화를 확인하고 연말에 들어서는 부양책을 꺼낼 확률이 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 재발을 막기 위해 고금리를 한동안 유지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물가가 잡힌 상황에서는 금리를 추가로 올려 경제에 부담을 줄 이유가 없다. 고용 역시 하반기에는 상승폭이 둔화할 거란 전망이 높기 때문에 사상최저 수준인 실업률을 주시하면서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으로만 시장에 기대감을 유발할 수 있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일각에서 나오는 골디락스 수준은 아니지만 통화량을 10년 전의 두 배 이상으로 풀어놓고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막고 경제를 살린 업적을 남길 수 있다. 그게 바로 연착륙 시나리오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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