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자이 브랜드의 굴욕

박희준 2023. 7. 1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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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래미안', '아이파크', '롯데캐슬'. 이런 아파트 브랜드가 국내 아파트 시장에 선보인 건 1990년대 후반이다.

1998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가 이뤄지면서 아파트 고급화와 함께 브랜드가 등장했다.

'자이(GS건설)'와 '푸르지오(대우건설)', '래미안(삼성물산)' 등이 모두 크게 성공한 브랜드다.

'현대건설이 짓는 아파트는 튼튼하다'던 믿음은 타사 브랜드 바람으로 위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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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래미안’, ‘아이파크’, ‘롯데캐슬’…. 이런 아파트 브랜드가 국내 아파트 시장에 선보인 건 1990년대 후반이다. 이전까지는 ‘현대’, ‘삼성’, ‘대우’, ‘극동’ 등 건설사 이름이나 ‘장미’, ‘개나리’, ‘진달래’ 같은 이름을 썼다. 사람들은 거기에 동네 이름을 붙여 ‘압구정 현대아파트’, ‘이촌동 신동아아파트’, ‘상도동 대림아파트’라고 불렀다.

1998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가 이뤄지면서 아파트 고급화와 함께 브랜드가 등장했다. 1998년 ‘월드메르디앙’, 1999년 ‘롯데캐슬’을 시작으로 수많은 브랜드가 쏟아졌다. 건설사마다 멋진 브랜드를 만들고 당대 톱 모델을 내세워 홍보했다. ‘자이(GS건설)’와 ‘푸르지오(대우건설)’, ‘래미안(삼성물산)’ 등이 모두 크게 성공한 브랜드다. 당시 건설사들이 튼튼한 품질 경쟁을 벌이기보다 화려한 마감과 조경에 멋진 브랜드로 아파트 장사만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건설 종가’인 현대건설로선 기억하기 싫은 시절이다. ‘세련미’와 다소 거리가 먼 듯한, 현대건설의 ‘홈타운’ 브랜드는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현대건설이 짓는 아파트는 튼튼하다’던 믿음은 타사 브랜드 바람으로 위협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2006년 ‘힐스테이트’를 내놓고서야 상황을 반전시켜 선두권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었다.

‘자이’는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각종 아파트 브랜드 조사에서 늘 1위 아니면 2위를 차지한다. 자이 브랜드에 오점을 남기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주차창 붕괴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엊그제 폭우로 입주 4개월 된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에서 지하 주차장과 커뮤니티센터, 로비 등이 침수됐다. 물론 낮은 공사비 책정, 설계 잘못, 외국인 위주의 건설 인력 시장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 현상이다. 그렇더라도 책임은 브랜드 주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영문 표기 ‘Xi’는 ‘eXtra intelligent(특별한 지성)’의 약자라고 한다. 위기를 극복하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GS건설의 ‘특별한 지성’이 필요한 때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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