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한국의 ‘초초저출산’

2023. 7. 1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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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8명… 5년째 0명대 출산율
정책·현실 간극 좁혀야 풀릴 것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수)은 2022년 0.78명이다. 국가 출산율로는 동서고금을 통해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0명대 출산율이 2018년 이래 벌써 5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출산율은 사회 변화의 결과 지표이다. 지난 11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그간의 사회 변화는 ‘초초저출산’을 가리키고 있다. 과거 한국사회에서 지배적이었던 보편혼은 사라져 2020년 25∼49세 남성 중 53%, 여성 중 67%만이 혼인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서구 사회에서와 같이 다양한 가족이 결혼가족을 대체하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혼외출산율은 여전히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결혼이 출산으로 이어지는 경향도 약화하고 있다. 2020년 무자녀 기혼 여성(15∼49세)이 향후 출산하고자 하는 자녀 수는 평균 0.68명에 불과하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서구 사회에서 일·가정 양립을 중시하는 경향은 여성들이 임금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부터이다.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022년 약 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53%보다 높다. 홑벌이부부에서 맞벌이부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OECD 회원국 여성들과 달리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은 출산·양육기에 크게 낮아진다. 실제로 2022년 15∼54세 기혼 여성 중 17%가 육아, 결혼, 임신·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경력단절여성 비율이 줄어들고 있으나, 이는 경력단절 대신 출산 포기·축소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2021년 여성 육아휴직 비율은 76%로 여전히 4분의 1 정도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24%에 불과하여 여성의 독박육아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19년 19세 이상 성인의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맞벌이부부임에도 남편 54분, 아내 3시간7분으로 아내가 3배 이상 더 많다.

이와 같은 사회 현상이 유지된다면 초저출산현상으로부터 빠져나오기란 결코 쉽지 않다. 우리 국민이 결혼과 출산을 부담으로 인식하는 데에는 일·가정 양립 문제 외에도 청년층 고용 불안정, 주택 가격 상승, 젠더 불평등, 사교육비 부담, 보육·돌봄 부담 등 다양한 문제가 난해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원인들은 오래전부터 국내외에서 지적됐지만, 명쾌한 해법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으며, 해법을 알고 있어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저출산대책의 종류와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책 종류나 예산의 확대가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현실 간 간극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고용, 주거, 양성 평등, 사교육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부모와 자녀 시간을 원활하게 연계해 줄 수 있는 돌봄-시간통합정책, 부모시간 존중정책, 남성의 육아협조자에서 공동책임자로의 전환을 위한 법제적 지원 강화 및 직장 문화 전환, 출생 후 안전하게 잘 키울 수 있는 아동정책 내실화 등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 구조적 변화는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출산율의 본격적인 반등은 당장 기대할 수 없으며, 설사 반등을 하여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들에도 집중적인 투자를 하여야 한다. 향후 20년 동안 급격하게 진행되는 인구고령화에 대비하여 연금, 건강보험 등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 출생)의 정년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여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여성·고령자·외국인 등 잠재 인력의 적극적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초저출산 현상이 사회 변화의 결과인 만큼, 향후 출산율 반등은 장기간에 걸친 사회 변화에 의해 기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서두르기보다 내실 있는 탄탄한 정책들을 중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인내심이 요구된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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