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사자가 일깨워 준 법의 ‘존재 이유’

2023. 7. 1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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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동물원, 밀폐된 공간에서 갈비뼈가 드러난 채 힘겹게 숨 쉬던 사자의 모습이 알려졌다.

현행 동물원법상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라는 내용은 선언에 그치고, 동물복지를 위한 사육 환경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동물원법은 작년에 개정되었고, 올해 12월부터는 동물원, 수족관을 운영하려는 사람은 보유 동물의 종별 서식 환경 기준을 맞추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정작 법은 사자를 지켜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법은 왜 존재하는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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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동물원, 밀폐된 공간에서 갈비뼈가 드러난 채 힘겹게 숨 쉬던 사자의 모습이 알려졌다. 열악한 환경임에도 법에 따른 제재는 어려웠다. 현행 동물원법상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라는 내용은 선언에 그치고, 동물복지를 위한 사육 환경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동물원법은 작년에 개정되었고, 올해 12월부터는 동물원, 수족관을 운영하려는 사람은 보유 동물의 종별 서식 환경 기준을 맞추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행히 사자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동물들을 사람 아닌 ‘동물의 입장에서’ 품어 주고 보호하는 곳이다. 이제 사자는 시멘트 바닥 대신 흙을 밟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정작 법은 사자를 지켜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법은 왜 존재하는지’ 묻게 된다. 실제로 동물이 고통받고 있음에도 법이 동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자주 발생한다.
예컨대,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복지를 증진할 ‘소유자등의 적정한 사육·관리’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그것이 위반되는 경우에 대한 제재가 없다. 동물이 질병 또는 상해를 입거나 죽어야 비로소 법이 나선다. 즉, 고통받는 동물(평생을 짧은 목줄에 매여 이 뜨거운 햇볕을, 살을 에는 추위를 버텨야 할 마당개들의 고통을 짐작해 보자)을 위해 당장 무엇도 할 수 없는 것이 ‘동물보호법’이 존재하는 이 사회의 현실이다.

법의 ‘적용’에 대한 의지도 중요한 문제다. 얼마 전 누군가 잃어버린 듯한 동물을 발견했다. 긴 목줄을 끌며 걷던 개는 두려운지 꼬리를 잔뜩 말아 다리 사이에 넣고 있었다. 유실·유기 동물을 구조, 보호할 법상 의무가 있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구조 요청을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담당 공무원의 답변은 유실견이 고정된 곳에 묶여 있거나 시민이 붙들고 있지 않으면 구조를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편하게’ 구조하기 위해 동물과 시민의 안전을 등한시하는 행정 처리 방식에 황당했다. 법이 있어도, 이래서야 동물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법은 왜 존재하는가? 법은 ‘그저 존재하는 것’을 넘어 그 내용이 잘 지켜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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